국내 주요 제조업(製造業) 분야의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과 자국 기업 보호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중국 제조업체들은 그간 자국 시장에서 엄청나게 축적한 부를 통해 공격적인 M&A로 선진 기술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개발에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분야의 기술혁신은 현장에서 나오는 것이 정설인 점을 감안하면 세계의 생산 공장인 중국의 추격은 한국 기업의 달리기보다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의 경영 행태는 국가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에서 국내 기업 전수조사를 통한 경영지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주요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을 보자. 최근 6년간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0년 18.5%, 2011년 13.6%, 2012년 4.2%, 2013년 0.5%, 2014년 -1.6%, 2015년 -3.0% 등으로 나타났다. 4년 전부터 한국 기업들의 성장성 지표가 역주행을 시작한 셈이다.
반면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0년 6.7%, 2011년 5.6%, 2012년 5.1%, 2013년 5.3%, 2014년 4.2%, 2015년 5.1% 등이다.
성장성 지표와 수익성 지표가 엇갈린 모습이다. 이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수립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은 성장성 지표를 되돌릴 수 있는 투자에는 소극적이다.
국내 기업의 부채 비율은 2010년 108.3%, 2011년 109.2%, 2012년 101.0%, 2013년 92.9%, 2014년 89.2%. 2015년 85.5%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출은 줄고 있지만, 그나마 남기고 있는 이익을 투자로 연결하지 못하고 시장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며 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새 정부는 공공 일자리뿐만 아니라 창업과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 정책을 찾을 계획이다. 경제계 일부에서는 다양한 BM(비지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는 창업 지원과 보호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종의 트렌드이다.
국내 초국적기업(超國籍企業)들은 메가트렌드를 이끄는 기업이다. 국내 최고 기업은 기술력은 세계 최고일지 모르지만, 전 세계적인 메가트렌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청년 창업에 대한 지원도 기존 트렌드와 제조업 분야의 실현 가능한 기술력에 한정돼 있지 않은지 되물어야 한다. 엉뚱하고 전혀 새로운 BM이 메가트렌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그에 따른 리스크도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메가트렌드는 국내 내수를 이끌 수 있는 마이크로트렌드를 낳고, 이는 다시 외국 수출길에 올릴 수 있다. 한국 중소기업은 초국적기업들이 만들어낸 메가트렌드에서 파생(派生)하는 마이크로트렌드를 만들어내는 데는 이미 증명을 하고 있다.
항공기도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새 정부의 5년은 향후 한국 경제의 50년을 준비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