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대한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문 후보가 홍 후보를 때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선대위 측은 1일 홍준표 후보를 ‘무자격자’로 규정하고 비난하는 논평을 7건 쏟아냈다. 안철수 후보를 향한 비판 논평이 2건에 그친 데 비하면 홍 후보 때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홍 후보의 막말 등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 후보 자격도 없다”고 했고, 윤관석 공보단장도 “대다수 국민은 홍 후보를 대선 후보로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선대위 차원에선 이날 홍 후보에 대한 정책 검증에 돌입, 먼저 식수전용댐 계획에 대해 “홍준표식 4대강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선대위 내 ‘역사와미래위원회’, 여성본부도 잇달아 기자회견을 갖고 각각 홍 후보의 국정역사교과서 추진 방침과 여성비하적 발언 등을 규탄했다. 추미애 상임선대위원장은 동대구역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호랑이는 배고파도 풀을 뜯어먹지 않는다는데, 아무리 보수 대변 후보가 없다 해도 이런 자질 미달, 함량 미달의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은 진정한 보수의 미래를 위해서 좋지 않다”고도 했다.
반면 4월 중순까지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안철수 후보를 향한 견제구는 눈에 띄게 줄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면서 홍 후보와 오차범위 내 ‘2등 다툼’ 수준까지 내려앉자, 내리막의 안 후보보단 오름세의 홍 후보로 공격 타깃이 옮겨간 양상인 셈이다.
일각에선 지지율 변화가 주요 원인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일 “문 후보로선 확장성이 큰 안 후보보다는 확장성이 작은 홍 후보가 더욱 쉬운 상대”라면서 “홍 후보를 때려서 경쟁구도인 것처럼 착시효과를 만들어 실제로는 안 후보를 견제하는 고전적인 수법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홍 후보와 안 후보가 보수표를 놓고 제로섬게임을 하고 있으니 그러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지만 효과는 부수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선명하게 대척점에 서 있는 홍 후보와 대립전선을 세울수록 문 후보 강조하는 적폐청산 정권교체의 의미를 부각하는 데에 효과가 크다”고 했다.
문 후보의 홍 후보 때리기는 이날 밤 마지막으로 진행되는 TV토론회를 비롯해 점점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이날 바른정당 소속 의원 십여 명이 지지율 고전 중인 유승민 후보를 떠나 한국당 복당 및 홍준표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홍 후보가 더욱 세를 불리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보수정권이 수치스럽게 실패해 이번 선거를 보수와 진보의 대결 프레임으로 가져가면 무조건 보수가 지는 게임”이라면서 “문 후보 측은 보수 결집 중인 홍 후보와 각을 세우면서 홍 후보와 안 후보가 보수진영 표를 나눠먹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