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5년부터 ‘레몬법(Lemon Law)’을 시행하고 있다. 레몬법은 “오렌지인 줄 알고 샀는데 나중에 보니 오렌지를 닮은 레몬이었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가게 주인은 소비자가 산 레몬을 오렌지로 바꿔 줘야 한다는 것이 레몬법의 핵심이다.
레몬법에 따르면 자동차 구입 후 운행 거리 1만8000마일 이내 또는 18개월 이내 동일 고장이 4회 이상 발생해 고장 수리를 받았거나, 받으려고 시도한 경우(브레이크 등 안전 관련 장치는 2회 이상 고장)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보증 수리기간 내에 총 수리기간이 30일 이상인 경우에도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중국에선 이미 2013년부터 레몬법과 유사한 삼포법이 시행 중이다. 자동차 등록 대수가 2000만 대를 넘고 매년 120만 대 이상의 신차 구매가 이뤄지고 있는 한국에서 자동차 소비자 보호제도가 중국보다 못하다는 것은 곱씹어 볼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관리법’에 제작 결함 시정조치, 일명 ‘리콜’ 제도가 있고, 무상 수리기간도 법정화되어 있다. 그러나 교환 및 환불에 관한 조항은 없다. 현행 법령상 자동차의 중대한 결함으로 인한 자동차 교환 및 환불은 ‘소비자기본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서 그 요건을 규정하고 있고, 한국소비자원에서 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은 강행 기준이 아닌 권고적 효력만을 가진 임의 규정일 뿐이다.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한국소비자원의 조정을 거부한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
실제 교환 및 환불에 이른 조정 사례는 최근 3년간 단 2건뿐이다. 오히려 소비자의 요구에 의해 제작사 측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교환 및 환불을 실시하는 사례가 연평균(2011~2015년) 약 920건으로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형 레몬법, 한국형 삼포법의 도입이 시급하다. 자동차의 품질보증 책임, 제작 결함 시정 등 자동차의 수리·교환·환불 등의 분쟁 해결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관련 소비자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권익을 강화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리콜과 교환 및 환불제도가 소비자들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자동차 제조사도 소비자의 목소리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더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한, 2014년 정부의 리콜 명령이 외국 소비자들에게는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신뢰를 높여주는 역할로 작용했듯, 기업 이미지·경쟁력 제고 등 오히려 긍정적 효과로도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
과거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기획단장 시절, 소비자 보호 정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필자를 ‘저승사자’라고도 불렀지만,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 ‘자동차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키워드를 처음 넣었다. 구매 단계부터 자동차 사고 때 보험사와의 관계, 리콜 문제, 폐차 과정의 문제 등 자동차 구입에 따른 일련의 피해들로부터 자동차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 ‘자동차 소비자 권익 보호원’ 설립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 그것이 자동차 전문가로서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