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가를 사채권자 집회가 다음달 14일 열린다. 국민연금과 시중은행 등 채권자들이 2조90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을 골자로 한 채무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은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23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4월 14일께 사채권자 집회를 예상하고 있다”며 “자율협약에 실패하면 다음달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이 불가능해 사실상 대우조선은 부도상태에 빠진다”고 말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 금융위원회 등 관계당국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채무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시중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이 2조90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과 1조원 규모 채권 만기 연장을 선행하면 산은과 수은이 반반씩 2조9000억 원을 신규 지원하는 ‘조건부’ 자율협약이다.
채권단이 협의에 실패하면 대우조선은 즉시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를 법원에 신청하게 된다. P-플랜은 신규 자금 지원 등을 전제로 최대한 빨리 법정관리 절차를 진행하는 형태다. 일단 회사가 망하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전략이다.
일반 법정관리를 진행하면 건조가 중단되는 조선업 특성상 회사가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 청산시 예상되는 국내 피해 규모는 59조 원 수준이다.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택해도 선수금환급보증(RG) 콜이 쏟아져 산은과 수은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각각 6조 원, 7조 원에 이른다. 이 경우 역시 회사 청산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이 회장은 “일단 시중은행과 출자전환에 대해서는 원만하게 대화가 잘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은행보다 일반 사채권자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시중은행은 대우조선 채권의 80%를 출자전환시킨 데 반해 일반 회사채·기업어음(CP)은 50%만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이 발행한 회사채 1조3500억 원 중 3800억 원어치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의 결정이 특히 중요해졌다. 이 회장은 “지금 산은·수은이 국민연금에 어떤 결정을 내려달라 요구하는 건 온당치 않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들에 최선을 다해 호소하고 있다”며 “남은 시간동안 최대한 설명하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다음주 투자관리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각각 개최해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조정 동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