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힘입어 약 5년 9개월 만에 2180선을 두드렸다.
21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37포인트(0.99%) 오른 2178.38에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2011년 7월 8일(2180.35) 이후 약 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개장과 함께 상승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2181.99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2180선을 두드린 것도 지난 2011년 7월 8일(2192.83) 이후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 상승을 이끈 주역은 단연 현대차그룹이었다. 골드만삭스가 현대차가 지주회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자극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현대모비스가 최종적인 지주사가 될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와는 달리 현대차가 지주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배주주의 지분율 재편이 있을 경우 상당한 가치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이날 현대차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강한 매수세가 나타났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산업 부흥을 위해 환경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흐름이 있었는데,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관련주가 튀어 올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대차 주가가 2013년 고점 대비 45% 하락한 상태로 가격부담이 적었던 점도 매수세의 배경으로 꼽혔다.
전날 잠시 멈췄던 외국인이 다시 이날 3645억원을 사들이며 순매수를 이어갔다. 반면 기관은 1842억원, 개인은 2376억원을 각각 팔았다. 프로그램매매는 차익거래로 208억원을 팔았지만 비차익거래로 1631억원을 사들여 총 1424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코스피 업종별지수는 22개 업종 가운데 13개 업종이 상승했다. 현대차의 상승으로 운송장비업종이 3.64% 올랐고 서비스업(2.00%), 운수창고(1.99%), 증권(1.62%), 전기전자(1.32%), 의약품(1.24%), 제조업(1.27%) 등이 1% 넘게 상승했다. 철강금속(-0.90%), 비금속광물(-0.68%), 은행(-0.76%), 금융업(-0.59%), 섬유의복(-0.76%) 등은 하락했지만 낙폭은 크지 않았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에서는 현대차가 8.63% 급등한 17만1000원에 마감하며 가장 두드러졌다. 현대차가 장중 16만원선을 넘긴 것은 2015년11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35조5746억원으로 SK하이닉스(시가총액 34조7985억원)을 누르고 코스피 시총 상위 2위 자리를 되찾았다. 현대차와 함께 현대모비스도 이날 3.05% 올랐다.
또한 NAVER(6.48%), 삼성전자(1.58%), LG화학(4.24%), 삼성물산(0.38%), 삼성물산(0.38%) 한국전력(0.66%), 아모레퍼시픽(0.71%), SK텔레콤(0.80%) 등이 오름세로 마감했다. 반면 SK하이닉스(-0.11%), POSCO(-0.18%), 신한지주(-1.02%), 삼성생명(-1.76%), KB금융(-0.59%) 등은 하락했다.
코스피가 추가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서상영 연구원은 ”지배구조 테마에 기댄 상승은 실적이나 기업 펀더멘털 이슈와 무관하다”며 “최근 급하게 올라왔으니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형주들의 실적이 가시화되는 다음달까지 쉬어갈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대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환경을 보면 달러가 환율이 급격히 강세로 돌아서는 흐름이 나타나지 않아 외국인 수급에 유리하다”며 “지수에 부담을 느낀 펀드 자금의 환매압력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외국인 순매수가 꺾이지 않는다면 코스피지수는 이번 달 중 기존 박스권 상단인 2200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62포인트(-0.10%) 떨어진 609.73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은 장초반 상승세를 나타내며 장중 612.13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내 탄력을 잃고 다시 610선 아래로 주저않았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486억원, 외국인이 61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469억원을 팔며 7거래일 연속 ‘팔자’를 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