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내외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가 상승 기조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VKOSPI는 10.19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7월23일 이후 13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토대로 한 달 뒤 지수가 얼마나 변동할지 예측하는 지표다. 코스피가 급락할 때 반대로 급등하는 특성이 있어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반영한 지수로 해석된다.
지난해 VKOSPI는 글로벌 대형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20선을 넘나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월9일에는 23.24을 기록했으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가결된 같은해 6월24일에는 장중 26.67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달까지 11~12선을 오가던 VKOSPI는 2월 들어 10선에서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과 대내 정치적 변수 등으로 업종별로 숨가쁜 등락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한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당분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한 종목의 전망치 달성률은 86.4%로 지난 5년 평균 전망치 달성률(77%)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2016년 연간 영업이익은 당초 기대했던 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실적 레벨업이 진행된 2007년과 2011년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면서 “현재 지수는 이익 개선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재정정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증시 상승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감세와 인프라 정책 집행시점이 지연되고 있고, 연준의 긴축속도가 기존 대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은 현 지수레벨에서 추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는 요인”이라며 “글로벌 경기회복 모멘텀이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아쉽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