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20일 만에 대선레이스에서 중도하차하면서 판세가 출렁이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정치교체’를 외치며 민심을 청취하고 정치권의 많은 인사들과 만나 거취 문제 등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3만 달러 수수설부터 동생과 조카의 뇌물공여 기소, 병역기피로 인한 조카의 지명수배 등 악재도 따라다녔다. 이로 인해 20%를 훌쩍 뛰어넘었던 대선후보 지지도는 10%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더 이상 대선레이스를 주도할 수 없게 되자 불출마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향후 특정후보나 정당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그의 지지층은 새누리당 잠재적 대권주자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가장 많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일부와 중동성향 표는 바른정당의 유력후보인 유승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쪽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때 반 전 총장만 바라봤던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에서는 그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오히려 선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황 권한대행이 보수후보로서 입지를 키울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당 핵심관계자는 2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황 대행이 대선출마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고, 우리는 새누리당에 입당해 출마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반 전 총장의 표는 대부분 황 권한대행이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정국에 대해 “빅텐트나 제3지대 등이 가시화되면 야권 표 역시 갈라질 것”이라며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제원 대변인은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에 대해 국민이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면서 “현실 가능한 대통령 후보가 없는 새누리당보다는 바른정당이 보수진영 대표성을 가질 수 있어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