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 우려와 달리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카드소비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30일 발간한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등 6개 카드사 승인금액을 확인한 결과 10월 한 달간 개인카드와 법인카드를 합친 사용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13.5% 증가한 46조 원에 달했다. 김영란법은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전체카드 1건당 평균 결제금액은 4만7504원으로, 283원 하락했다.
예산처는 “카드사용 총량이 증가하는 등 당초 우려했던 소비 위축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영란법과 직접 연관된 화훼, 골프, 유흥, 호텔 업종에서는 전 업종 평균 증가율인 13.5%를 다소 하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훼는 카드사용량이 3.3%, 골프는 3.6%, 유흥업종은 0.2%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호텔은 –1.6%를 기록했다. 유흥업소 관련 실적의 경우 1건당 승인금액이 적은 일반주점(건당 3.2만 원)은 2.5% 증가한 반면, 10만 원을 상회하는 유흥주점 등은 감소했다.
특히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음식업의 카드사용액은 4조6000억 원으로, 12.2% 늘어났다. 그 가운데 중식이 17%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한식과 중식이 각각 4.4~9.7% 늘었다.
백화점은 전년 동월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카드의 금액 구간별 승인건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1만 원 이하 금액구간은 상승한 반면 여타 구간 비중은 하락하며 카드 결제금액의 소액화 경향이 나타났다. 10만 원 초과 승인금액 건수 비중은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감소한 6.1%, 5만 ~ 10만 원 이하는 0.6%포인트, 3만 ~ 5만 원 이하는 0.5%포인트, 1만 ~ 3만 원 이하는 0.2%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법인카드 사용액만 따로 떼어보면 10월 한 달간 승인금액은 11조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1%나 늘었다. 이 가운데 골프장 사용액이 715억 원으로 전년 동월의 970억 원 대비 26% 감소한 것이 특징이다.
예산처는 “김영란법 도입의 경제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부패지수, 사회후생 개선 효과 등 분석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분석기간도 분기, 연단위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