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손해보험사들이 실제로 보험금을 지급한 건수는 불과 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12개 손보사의 화재보험 지진특약 가입건수는 2893건으로 전체 화재보험 계약건수(47만4000건)의 0.61%를 차지했다. 풍수해보험의 경우 전체 가입 건수 34만 건 중에 지진특약이 반영된 계약 건수는 31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경주 지진 발생 이후 보험개발원이 각 사에서 취합해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금감원 자체적으로 수치 재확인에 나선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12개사 가운데 지진특약 보험금을 지급한 곳이 겨우 1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투데이가 손보사 12개사의 지진특약 보험금 지급을 조사한 결과 동부화재만 1건(18만 원)에 해당하는 지진특약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 외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11개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이 단 한 건도 없었다.
경주 지진 이후 지진특약 보험금을 지급 심사 중인 건수도 계약건에 비해 많지 않았다. 12개사 가운데 동부화재가 189건으로 가장 많은 계약건수를 심사 중이다. 이어 현대해상(50여 건), 한화손보(23건), NH농협손보(21건) 순으로 심사 중인 건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14건)나 삼성화재(10여 건)는 심사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롯데손보, 흥국화재는 심사 중인 건수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경주 지진(이달 12일)이 발생한 지 보름밖에 안 지난 만큼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심사를 거쳐 최종 지급이 완료될 때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진특약 판매를 중단했다가 재개한 보험사들이 인수 심사를 까다롭게 해 보험금 지급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앞서 동부화재, 한화손보, NH농협손보는 지진특약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지진 발생 이후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나타나면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실속만 챙기는 데 급급하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지진특약 판매를 재개했다.
동부화재는 지난 22일 “경주지역에 발생한 지진의 여진이 마무리 단계에 들었다고 보고 일시 중단했던 지진위험 특약 판매를 오늘 오후 5시부터 재개하기로 했다”며 “단, 지진이 발생한 경주지역은 지진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화손보와 NH농협손보 역시 지진 특약을 다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금융감독원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실태를 파악하여 지진특약 판매 재개를 지도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회사들은 과거 몇 년 동안 손해율이 ‘0%’여서 보험료가 저렴한 상황인데, 위험이 현실화되자 이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라는 입장에서 일정 부분 요율을 조정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들이 인수를 안 한다고 해서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다만, 보험사들이 사회보장의 한 축인데, 그런 기능을 저버리겠다는 것은 잘못된 취지이고 이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