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금융 계열사 재편 시나리오에 삼성카드가 다시 등장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579만 주(총 발행주식의 5%)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1주당 가격은 지난달 30일 종가인 4만3800원으로 책정했으며, 자사주 취득금액은 2536억200만 원이다. 자사주 취득 예상기간은 이달 1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다. 하루에 매수할 수 있는 주문수량 한도는 57만9000주로 설정했다. 삼성카드가 계획된 자사주를 모두 취득할 경우 자사주 비중은 0.4%에서 5.4%로 늘어난다.
삼성카드 측은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삼성카드의 자사주 매입을 두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이 또 한 걸음 나아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초 삼성전자가 갖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 전량 37.45%를 사들였다.
그리고 불과 2주 전엔 삼성화재가 보유하던 삼성증권 지분 8.02%(613만2246주)를 2343억 원을 들여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주엔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 4만여 주를 장내 매도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삼성화재와 카드, 삼성증권 등을 수직계열화하는 작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삼성카드의 자사주 매입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삼성카드의 분할합병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과정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4조 원에 가까운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의 분할합병은 삼성생명의 자본확충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카드를 영업부문인 사업회사와 자본보유의 투자회사로 각각 분할해 사업회사는 카드사업을 유지하고, 투자회사는 삼성생명과 합병한다는 시나리오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카드의 매입 자사주를 삼성생명이 다시 취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부족한 유동주식수를 더욱 감소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자본효율화 방안으로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검토됐던 방식”이라면서 “삼성카드 매입 자사주를 삼성생명이 중장기적으로 재취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데 (그 이유는) 삼성카드 자사주는 향후 금융계열사 재편에 유리하게 사용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하 K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삼성카드의 높은 자본여력과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자금 수요를 감안해 향후 이행 가능한 정책은 유상감자, 회사분할 및 합병 등으로 예상된다”면서 “회사분할 및 합병 가능성은 있으나 원샷법 적용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판단되며, 분할합병 의결을 위해 높은 지분율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삼성카드의 자사주 매입보다는 최대주주의 지분 추가 취득이 적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