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일본에 통화스와프를 재개하자고 깜짝 제안한 것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및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외환보유액이 유사시를 대비해 쌓아두는 적금이라면 통화스와프는 마이너스 대출이라고 볼 수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재무장관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통화스와프 논의를 제안했고 일본이 동의했다”며 “이제야 논의를 시작하게 됐으며 실제 통화스와프 재개까지는 몇 달 걸린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통화스와프라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통화스와프를 많이 체결하자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와프의 규모와 계약 기간 등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 아직 논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규모는 최소 100억 달러 이상으로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28일 한일 통화스와프 설명 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는 양국 간 경제금융 협력의 일환으로, 그리고 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제안했다”며 “일본 정부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 새로운 형태의 양국 통화스와프 논의를 시작하기로 동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또 종전의 더 받고 덜 주는 불균형 통화스와프 대신 양국 간 동일한 금액을 주고받는 균형된 통화스와프를 새로이 체결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종료된 통화스와프는 우리 측 수취 100억 달러, 일본 측 수취 50억 달러로 ‘더 받고 덜 주는’ 불균형 형태였다. 그만큼 양국이 대등한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입장에서는 통화스와프 재개가 경제적인 의미보다는 정치적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현재 미국과 무제한에 가까운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굳이 우리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이유는 없다. 경제협력 등 우호적인 양국의 관계를 의식한 행보로 읽히는 대목이다.
통화스와프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안정을 가져온다. 실제로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지만 실제 스와프 거래는 14년간 0건이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7월 20억 달러 규모로 시작해 2011년 10월엔 700억 달러까지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문제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그해 10월 만기가 도래한 57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가 연장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3년 7월에도 만기를 맞은 30억 달러가 그대로 중단됐다.
이후 한일 간 외교관계가 경색되면서 마지막 남은 100억 달러 규모 스와프마저 지난해 2월 23일 만기를 끝으로 연장되지 않으며 14년간 이어지던 통화스와프가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