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되면서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선에서 경고음이 더욱 커졌다. 대영 수출 비중이 높지 않은데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기까지 2년의 유예기간이 있어 단기적인 영향을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영국 경제 둔화돼 EU 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경우 그렇잖아도 내리막을 타고 있는 EU로의 수출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여기에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돼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고 설상가상으로 유가하락세까지 겹친다면 한국 전체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영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은 5월 말 기준 1.5%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당장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실제 영국이 EU를 탈퇴하기까지 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어 단기적인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FTA)로 상당 부분 무관세로 수출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 당장 우리 기업들의 무역조건은 불리해진다. 한ㆍEU FTA 미적용에 따른 관세율 인상이 곧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자동차, 타이어, 비행기와 헬리콥터 부품, 섬유, 제트유 등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더욱 암울하다. 브렉시트는 미국 금리인상 등과 함께 하반기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끼치는 주요 대외 악재로 부상할 전망이다.
6월 들어 회복세를 보이며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는가 싶던 한국 수출이 다시 내리막을 타는 양상이
다. 관세청에 따르면 6월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액은 256억5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줄었다.
좀처럼 회복기미가 없던 수출이 6월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이 1년 전과 비교해 5.7% 증가하며 1년 6개월 만에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면서18개월째 ‘최장 마이너스 기록’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과의 교역 위축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EU에 대한 수출 비중은 9.8%에
달하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렉시트에 따른 경기불안이 EU 전반으로 확산되며 가뜩이나 먹구름이 낀 대EU 수출이 둔화될 수 있어서다.
올해 들어 EU로의 수출은 1월 7.2%, 2월 5.1%, 3월 12.8%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4월 들어 보합세(0% 증가)를 나타내며 한풀 꺾어더니 5월엔 13.1%나 크게 줄었다.
브렉시트로 인해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 유가 하락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우려스럽
다. 국제유가 영향을 크게 받는 주력 수출품인 석유화학이나 석유제품에 대한 타격이 크기 때문이
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변수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브렉시트가 유가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주 유가는 브렉시트 우려가 확산되면서 5주간의 상승세를 멈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국제유가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연평균 기준유가를 전년보다 18.9% 하락한 배럴당 41.11달러로 예상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유가가 40달러선 밑으로도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