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호텔롯데의 매출과 이익에서 면세점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향후 상장 일정을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공모가 역시 재조정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7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날 오전 상장 관계 기관과 29일 예정됐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연기하기로 사실상 합의하고 이날 오후에 호텔롯데와 상장 주관사단이 협의해 최종 일정을 조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성태 유가증권시장본부 부장은 “아직 상장 일정 지연과 관련해 그룹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은 것은 없다”며 “롯데 측이 지난 19일 제출한 유가증권신고서의 효력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만큼 금감원 측과 협의를 통해 이후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중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그룹 개혁’의 첫 번째 핵심 실천 과제로까지 제시한 호텔롯데의 상장이 첫 걸음부터 삐걱 꺼리자 김이 빠지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상장 연기가 원인이 호텔롯데의 4대 사업부 가운데 현금창출능력이 가장 뛰어난 면세사업부라는 점에서 타격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9만7000~12만원으로 제시한 공모희망가가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총 가치는 17조9800억으로 영업가치(12조9200억원)와 비영업가치(5조4000억원)로 나눠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영업가치에서 면세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3.2%에 달한다.
영업가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사업부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공모가 역시 재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분기 호텔롯데 연결 영업이익이 1130억원인데 면세사업부 이익은 1420억원에 달해 사실상 돈을 번 사업부는 면세사업밖에 없다”며 “이미 면세점 업황 변동이 커지면서 호텔롯데의 공모가가 높게 잡힌 것이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또 한 번 먹을 것 없는 잔치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애초 공모자금 상당부분을 해외투자자들을 통해 유치하려고 했던 계획도 어긋나게 됐다. 호텔롯데가 공모를 통해 조달하려는 자금 규모는 최대 5조7426억원으로 삼성생명(4조8881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규모다. 공모 규모가 크기 때문에 '흥행'을 위해서는 해외투자자 확보가 중요하다.
이에 호텔롯데는 이날 홍콩을 시작으로 약 1주일 동안 싱가포르, 런던 등 국제 금융도시를 돌며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딜 로드쇼(Deal Roadshow·주식 등 자금조달을 위한 설명회)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 자택의 전격 압수수색 이후 예정됐던 행사는 사실상 취소됐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투자자들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보다 투자 정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으며 문제가 될 경우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외국인투자자들도 호텔롯데 측도 모두 부담스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텔롯데는 금융감독원에 이번 사건을 반영해 정정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 연기 최종결정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호텔롯데도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기존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효력발생일이 11일인데 이전에 제출해야 상장일 변경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