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 28회에서 특이한 인물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다. 진 원장은 검정고시 출신으로 7급을 거쳐 행시에 합격한 ‘검정고시 신화’로 불린다. 올해 초 전국검정고시총동문회가 선정한 자랑스러운 검정고시인상을 받기도 했다.
진 원장은 가정 형편상 포항 동지상고를 자퇴하고 고졸 검정고시를 치렀다. 7급 공무원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다 건국대 법대에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재학 중에 행시에 붙었다.
공직생활 중에도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하고 뉴욕주립대 경제학 석사를 취득하는 등 학구열을 불태웠다.
진 원장은 재무부 이재국, 재정경제부 장관실 등을 거쳐 금융위원회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속칭 ‘모피아(재정경제부(MOF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였지만 주류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은 길을 나선 그에게 행운이 따라왔다.
대표적으로 2012년 7월부터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1급)으로 일했는데, 앞순위 인사들이 가지 않기로 하면서 그에게 차례가 돌아왔다. 진 원장은 이때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 인연을 맺었고 이 중 경제 정책을 고민했던 의원들과 함께 현 정부의 대선 공약 밑그림을 그리는 데 일조했다는 후문이다.
2014년 2월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 취임할 때에도 원래 내정됐던 인사들이 양보(?)를 통해 갔고, 같은 해 11월 금감원장으로 임명됐다. 금감원장은 민간직이지만 금융정책에 깊게 관여하기 때문에 차관 대우를 받는다.
김상규 감사원 감사위원은 공무원들의 로망(?)이다. 감사위원 임기는 무려 4년에 중간에 교체되지도 않는다. 차관급 직위에 연봉도 꽤 높다.
김상규 감사위원은 1961년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고교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국세청에서 공직을 시작한 뒤 기획예산처 기금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국장급), 재정업무관리관(1급) 등을 거쳐 조달청장까지 역임했다.
그의 이력을 보면 무난한 공직생활을 한 것 같지만 그를 아는 이들은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김 위원은 여러 번 위기를 겪었다. 국장으로 재직할 때까지 한직으로 분류되는 부서에서만 근무했다.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는 탓에 그의 이름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국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끝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절치부심하며 때를 기다렸다. 이때 그의 책상에는 논어, 맹자 같은 고전들이 올려져 있었다. 옛 선현들에게 해답을 구하는 모습이었다는 게 당시 주변의 평가다. 김상규 감사위원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1급인 재정업무 관리관으로 승진했고 차관급인 조달청장까지 가파르게 내달렸다.
기재부 A과장은 “김상규 감사위원의 성공 비결이 뭐냐는 얘기들이 많이 오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