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이 20일 4년 임기만료를 이유로 무더기로 퇴진한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직전까지는 세 명이 동시 퇴진한 바 있다. 2012년 당시 임명권자였던 이명박(MB) 대통령이 1년 넘게 한명의 금통위원을 공석으로 둔데 따른 여파다.
이들 위원들은 임기동안 기준금리를 인하만 7번 단행했다. 취임당시 3.25%였던 기준금리는 1.50%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반면, 인상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2002년 5월 취임한 이근경 위원이 인하만 두 번 하고 퇴임했지만 임기가 2년으로 짧았다는 점에서 단순비교하기 어렵다. 금리인하만 하고 떠나는 사실상 첫 위원들이 되는 셈이다.
또 7조5000억원에 머물던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도 25조원까지 확대하고 관련 금리도 1.50%에서 0.75%(일부 프로그램 0.5%)로 인하했다.
실제 이들 위원이 취임했던 2012년 우리경제는 연 2.3% 성장에 그쳤다. 이후 2014년 3.3%를 제외하고 줄곧 2% 성장에 머물렀다. 한은이 19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8%로 하향조정하면서 이같은 저성장은 1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MB정부가 임명, 대부분 박근혜 정부를 살아..인하압력 굴복은 오점
MB가 임명했지만 상당기간을 박근혜정부와 함께 하면서 아쉬움도 많았다. 본인들은 극구 부인하지만 사실상 금리인하 압력에 줄곧 굴복했다는 평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박 대통령 취임직후 인하 압력이 컸던 2013년 4월 기존 하성근 위원에 더해 정해방, 정순원 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에 손을 든다. 5월엔 당시 총재였던 김중수 전 총재가 임명했던 문우식 위원만이 인하에 반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정부 압력에 끝내 굴복한 김 전 총재가 문 위원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반발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드려지고 있다.
이후에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후 “(금리인하는) 척하면 척” 등 설화에도 자유롭지 못했다. 최 전 부총리 취임직후인 2014년 8월과 10월 문 위원을 제외하고 또 인하에 손을 들었다.
25bp 금리보폭은 미 연준(Fed)의 베이비스텝 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미 달러화 25센트에서 착안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당시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보폭을 줄인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 것이다.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확대됐다. 우선 2013년 4월 당시 총재까지 투표에 나서며 4대3으로 동결된 후 시장에 관련 정보가 유출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금통위는 몇 명의 인원이 소수의견을 냈는지 밝히기 시작했다. 이후 올해부터는 소수의견의 실명을 금통위 당일 공개하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금통위원들이 직접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정순원 위원의 언론 기고 등이 대표적 예다.
내년부터는 기존 12번의 금리결정 금통위를 8번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설과 추석 등 명절, 여름휴가와 연말연초 등에는 월별 경제지표가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금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해소키 위한 것이다. 또 소위 일본은행(BOJ)과 ECB 등이 금리결정 통화정책회의를 축소하는 기조에도 발을 맞춘 셈이다.
이밖에도 문우식 위원은 매파로, 하성근 위원은 비둘기파로 분류되면서 대척점이 된 것도 금통위의 볼거리였다. 이는 직전 금통위원 멤버 중 고 김대식 위원(매파)과 강명헌 위원(비둘기파)의 뒤를 잇는 셈이 됐다. 하 위원은 전일(19일) 개최한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나홀로 금리인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야인으로 돌아간다. 서울대 교수출신이었던 문우식 위원만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이번학기부터 교편을 잡는다. 하성근 위원은 연세대 명예교수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해방 위원은 올 초 건국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