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들에게 축의금 부담만 준다고 호텔이 아닌 작은 예식장에서 결혼하라고 했던 분이다.”
협력업체와 회사 직원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민영진(58) 전 KT&G 사장의 첫 재판에 민 전 사장의 딸(28)이 증인으로 나와 아버지의 결백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 부장판사)는 21일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 전 사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변호인은 이날 민 전 사장이 KT&G 협력업체인 삼성금박카드업체 대표로부터 딸 축의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다퉜다. 증인으로 출석한 딸은 “결혼식은 2012년 3월이고 엄마가 전화를 받고 나갔다가 쇼핑백을 들고 온 날은 2013년 1월 겨울이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대표 부인이 돈을 건넨 시점이 결혼식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민 전 회장 부인 조모(56)씨도 이날 법정에 나서 “협력업체 대표 부인이 아파트 앞까지 찾아와서 쇼핑백을 줘서 받았지만 돈인지는 몰랐다”면서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쇼핑백을 받았다고 화를 냈고, 다음날 남편이 돌려줬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반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금박카드업체 대표 한모(61)씨와 그의 부인 강모씨는 두 차례에 걸쳐 민 전 사장에게 총 6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2012년 3월 민 전 사장의 딸 축의금 명목으로 3000만원, 2013년 1월 재임 축하 기념으로 3000만원을 줬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재임 축하 명목으로 준 돈은 돌려받았지만 축의금은 민 전 사장이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민 전 사장은 2009년~2012년 회사 직원과 협력업체 2곳으로부터 1억여원을, 해외 담배유통상으로부터 파텍필립 시계 1개와 롤렉스 시계 5개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2010년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 과정에서 KT&G 임원들을 시켜 청주시청 공무원에게 6억6000만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