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좌파 프로그램이라고?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6-02-08 11:39 수정 2016-02-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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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비인기 종목이었던 봅슬레이 특집을 마련해 국민의 관심을 증폭시킨 '무한도전'.
▲2009년 비인기 종목이었던 봅슬레이 특집을 마련해 국민의 관심을 증폭시킨 '무한도전'.
금메달이다. 기적이라고 했다. ‘한국판 쿨러닝’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원윤종(31ㆍ강원도청)-서영우(25ㆍ경기도 BS 경기연맹)가 지난 1월 23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2015~16시즌 월드컵 5차 대회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 43초 4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선수가 봅슬레이 월드컵 정상에 오른 것이 처음이다. 한국 아니 아시아 스포츠 역사에 한 페이지를 새로 쓰는 순간이다. 봅슬레이 불모지 한국의 두 선수가 100년 전통을 자랑하며 모든 대회를 독식하는 유럽과 북미 국가 선수들을 제치고 시상대 꼭대기에 선 것은 기적이다.

그 기적에 감동의 전율을 느낀 국민 중 상당수의 눈이 MBC ‘무한도전’으로 향한다. 그리고 박수를 보낸다. 2009년 1월 24일 ‘무한도전’을 보던 시청자 중 상당수가 의아해했다. 용어조차 생소한 봅슬레이 경기 도전 아이템을 내보냈기에.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연습장 하나 없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봅슬레이 선수들을 격려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무한도전’의 봅슬레이 방송은 용어조차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봅슬레이에 대한 관심을 끌게 하고 더 나아가 지원에 동참하게 하는 아름다운 기적을 연출했다.

지난 2005년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무모한 도전’에서 출발해 오늘에 이른 ‘무한도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선다. 미국 영화학자 앤드루 사리스는 작가주의(혹은 작가)를 구성하는 세 가지 조건으로, ‘방법으로서의 스타일에 입각한 탁월한 기술’, ‘현저한 개성’, ‘심오한 내적 의미’를 꼽는다. ‘무한도전’을 10년 동안 이끈 김태호 PD와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은 캐릭터의 성격화와 진화, 그리고 멤버 간의 관계 형성을 토대로 아이템과 미션에 도전하거나 수행하는 과정에서 패러디에서부터 사실주의적 표현기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웃음 기법을 동원할 뿐만 아니라 장르적 혼합, 상호텍스트성 등 갖가지 기법을 혼용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기술을 보여줬다. 또한, 상상력과 독창성이 넘쳐나는 멤버들의 아이템 수행에 대한 연기 스타일에서부터 김태호 PD와 제작진의 자막, 편집까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현저한 개성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무한도전’은 그 어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하지 못한 웃음으로 잘 포장한 심오한 내적 의미를 드러내 왔다.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그중에서 봅슬레이, 복싱, 조정, 레슬링 등 비인기 종목 선수들, 취업난에 힘겨워하는 청년들,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선 중장년의 직장인들, 일제 강제노역으로 끌려갔다가 무관심 속에 살아가는 일본 거주 한국인들, 탈북자들, 장애인들, 재개발 지역의 주민 등 우리 사회의 약자, 소외된 사람, 비주류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웃음 소재로 탁월하게 승화시켜 드러내는 심오한 내적 의미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아름다운 파문까지 일으킨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전문가와 시청자들은‘무한도전’에 대해 시청률 평가를 넘어선 대체불가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돼 큰 논란이 일고 있는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과 한 인터넷 매체 편집국장 간의 녹취록 내용 중에는 ‘무한도전’등 일부 예능 프로그램이 좌편향이라는 평가와 함께‘무한도전’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좌경화가 빨리 된다는 황당한 주장이 드러난다. 일부 단체에서도‘무한도전’에 대해 이러한 주장을 제기한다. “‘무한도전’은 지난 10년 동안 매회 특집을 방불케 하는 무형식의 예능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선보였고 캐릭터 예능, 문화의 재발굴 등 대한민국 예능사에 길이 남을 도전을 해왔다.”백종문 본부장이 회장으로 있는 중견 방송인 모임 여의도클럽이 지난해 ‘무한도전’김태호 PD에게 올해의 방송인상을 시상한 이유다.

‘무한도전’은 열려 있는 텍스트다. 더는 불온한 낙인찍기로 다양한 의미 읽기를 봉쇄하지 마라. 그것은 문화를 죽이는 독재다. 오늘도 나는 못생긴(?) 친구들이 나와 외모지상주의를 유쾌하게 조롱하는 ‘무한도전-못친소(못생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페스티벌2’를 보며 배꼽을 잡고 있다. 그리고 웃음 뒤에 드러난 의미의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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