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폭락으로 인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와 관련해 전인미답의 낙관론을 펼쳐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1일 H지수를 기초로 한 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H지수 하락으로 일부 ELS 상품에서 녹인이 발생했더라도 투자자 손실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현재 H지수를 기초로 발행된 ELS의 96.7%가 2018년 이후 만기가 도래한다”며 “그 기간 중 H지수가 발행 당시 지수만큼 회복하면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H지수는 7835.64로 마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3월 이후 7년 만에 7000대로 주저앉았다. 그제야 금융위는 현시점에서 녹인 구간에 진입한 ELS 규모가 2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고 첫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 ELS의 수익구조상 녹인이 발생한 이후 조기상환 또는 만기상환 시 수익을 내려면 녹인 발생 이전보다 더 높은 기초지수 상승 조건이 필요하다.
실제로 A 증권사가 지난해 4월 H지수 1만4000선에서 발행한 한 ELS의 경우 코스피200과 H지수가 60% 아래로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으면 만기 시 연 11.5% 수익을 준다. 그러나 녹인이 발생하면 해당 상품은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 시점에서 모든 기초자산이 90% 이상 또는 만기 시 80% 이상으로 올라와야만 기존에 약정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만기 때까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무조건 원금의 20% 이상 손실이 발생한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H지수가 1만3000선 이상 고점일 당시 발행된 ELS가 1172개로 전체의 35%에 달한다. 2018년까지 각 ELS의 평가 시점에서 H지수가 1만선 혹은 그 이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금융위는 전인미답의 상황을 두고 손실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한 투자자문사 파생상품 전문가는 “앞으로 H지수가 꾸준히 상승한다면 우려가 없겠지만 최근 3년간 작년 상반기를 제외하고 H지수는 대부분 8000~1만대에서 움직였다”며 “H지수가 더 고꾸라지면 1~2년 내에는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에서 금융위의 인식은 다소 안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