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 핵심 분야에서 당사자 동의 없이 익명의 개인정보를 활용토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이지만, 개인정보 결정권 침해 우려 등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입법화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은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처럼 특정인을 구분할 수 있는 정보를 제외하고 기업이 이를 개인 동의 없이 활용하도록 허용토록 법률과 시행령 등을 개정할 계획이다. 또 사업자가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나중에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밝힐 경우에만 정보 활용을 바로 중지하는 사후 거부 방식(옵트아웃)의 법제화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야당이 반대에 나선 데다 범죄 악용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옵트아웃 방식을 적용하더라도 개인정보가 몇 곳을 거치다 보면 본인의 정보가 어떻게 가공돼 어느 곳에 이용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19일 성명을 통해 “이번 방통위의 조치는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보호하고 사용에 대해 결정해야 하는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방통위의 계획대로 법이 개정된다면 기업이 내 정보를 수집해 가공하고, 또한 제3자에게 판매할 경우 누구에게 내 정보가 갔는지를 알 수 없게 된다”면서 “방통위가 비식별화와 익명화를 통해 개인을 직접 알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하지만, 두세 차례 과정만 거치면 어디에 거주하는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용정보는 더욱 민감한 부분이다. 미방위의 한 관계자는 “익명 개인정보 활용은 테러방지법과도 연동돼 있다”면서 “국가정보원이 나서서 댓글도 다는 판국에 이런 정보들이 풀리면 누가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먹고 어디에 돈을 썼는지 다 알 수 있어 사찰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