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만 6조원 가까운 자금이 이탈하면서 국내 증시를 얼어붙게 했다. 떠난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처로 눈을 돌렸고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들은 유상증자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7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지난 한 해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 2791개에서 총 5조9099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2014년 1조5762억원, 2013년 3조4780억원이 유출된 것과 비교해도 자금 이탈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국내 대체투자 유형에서도 2조9345억원이 빠져나갔다.
유출된 자금은 해외 펀드로 이동했다. 2010년부터 줄곧 자금이 빠져나갔던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난해에 2조2187억원이 유입되며 플러스로 전환했다.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도 4159억원이 들어와 2014년(2250억원)과 2013년(3019억원) 대비 커진 관심을 나타냈다.
글로벌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상당수 투자자가 시장을 떠난 것이다. 특히 펀드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27.9%에 그쳐 최근 8년 새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펀드 수탁고 비중은 2007년 말 57.4%를 정점으로 2010년 43.2%, 2012년 38.1%, 2014년 29.0% 등 하락세를 보여왔다.
얼어붙은 증시 분위기와 더불어 회사채 시장 경색도 심해지면서 기업들은 자금수혈 압박에 내몰린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만 상장사 80곳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총 자금조달 규모는 3조27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70% 이상인 2조3900억원의 조달 목표가 ‘운영자금 확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밀려드는 펀드 환매 자금 마련을 위해 ‘떨이 판매’ 식으로 주식을 내놔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며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면 투자자는 더욱 국내 시장에서 떠나고 기업의 자금 상황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