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락, 미국의 금리인상 임박 등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 ‘세금 폭탄’ 악재까지 겹치며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주식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가 대폭 늘어나고, 파생상품 거래에 처음으로 양도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미 ‘슈퍼개미’로 불리는 큰손 투자자들이 세금을 피하려고 주식을 대거 내다 팔면서 코스닥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한 차익 매물이 쏟아지며 코스닥지수에 불똥이 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일 손명완 세광 대표는 영화금속 주식 110만8000주를 장내매도해 지분율이 기존 10.60%(500만8000주)에서 8.58%(390만주)로 줄었다. 처분 가격은 주당 1700원으로 매각 대금은 18억8400만원 규모다.
손 대표는 7일에도 에스코넥 주식 261만2000주를 장내 매도했다. 처분 가격은 주당 1350원으로 매각 대금만 35억2600만원에 달한다. 이날 지분 매각으로 손 대표의 지분율은 기존 5.00%(326만5000주)에서 1.00%(65만3000주)로 줄었다.
다른 개인 큰손들도 보유 지분을 잇달아 매각하고 있다. 10일 슈퍼개미 성이경씨는 서울식품공업 주식 36만8204주를 장내 매도해 지분율이 6.38%(78만9212주)에서 3.16%(42만8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들인 한세희씨는 하이트론씨스템즈 주식 16만9176주를 장내 매도해 지분율이 24.48%(135만3750주)에서 21.47%(118만7524주)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김희천 하우리 이사도 보유 중인 피엠스엠씨 주식 201만6000주(5.20%)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고 밝혔다.
증시 관계자들은 최근 코스닥 슈퍼개미의 대규모 지분 매각이 내년 시행되는 주식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와 대주주 요건 확대 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세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중소기업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세율은 기존 10%에서 20%로 상향 조정된다. 같은해 4월부터는 대주주 요건도 강화된다. 코스닥시장 상장 주식은 지분율 2% 또는 주식 가치 20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분류된다. 종전에는 지분율 4% 또는 주식가치 40억원 이상이어야 대주주로 분류됐다. 국세청은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이 되는 대주주 요건 충족 여부를 12월 결산법인은 12월 31일 기준 주주명부를 근거로 판단한다. 따라서 이달 31일 기준으로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면 내년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해 슈퍼개미들이 주식 처분에 나서는 것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주주에게 세금 문제는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어 선제적으로 보유주식 비중을 조정하는 부분이 있다”며 “대주주와 관련한 세금 이슈가 코스닥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요건 강화가 코스닥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심리적인 부분이라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연말까지 코스닥 수급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