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면세점 사업을 따내면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가 될 것입니다.”
국내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면세점 사업 추진을 이 같이 평가했다. 두산은 최근 몇 년 동안 식음료 사업을 매각하며 중공업 부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이런 두산그룹이 느닷없이 면세점 사업에 나선 것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사업의 부재 때문이란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회사의 핵심사업인 공작기계 부문을 분할(두산공작기계)한 뒤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 역시 그룹의 절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20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 중 두산공작기계는 69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체의 33.9%를 차지했다.
나머지 영업이익은 대부분 두산의 해외 소형건설장비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DIBH)가 올린 실적이다. 이외에 건설기계, 엔진 등 다른 사업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DIBH와 공작기계가 회사의 사지(四肢)인 상황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 DIBH의 상장 전 투자유치(Pre IPO)를 통해 7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두산인프라코어의 DIBH 지분율은 기존 100%에서 75.5%로 하락했다. 이어 이번에는 두산공작기계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알짜 사업의 지분 보유율을 절반으로 줄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는 핵심사업 지분 매각을 통해 차입금 상환 고비를 넘기고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지분법 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법 평가 이익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익이 절반으로 감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양날의 검에도 불구하고 IB업계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작기계 부문의 경영권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 측은 공작기계의 지분 49%만 매각, 경영권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수 희망자 측에서 경영권을 요구하면 프리미엄을 받고 회사의 부채비율을 극적으로 줄이는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상반기 말 부채비율은 280.5%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이 회사의 재무구조와 중국사업 실적 악화를 근거로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을 ‘A-ㆍ안정적’에서 ‘BBB+ㆍ안정적’ 하향 조정했다.
한편 두산그룹의 자회사 및 증손회사의 지분 매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올 초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서 벗어난 것도 지분 매각을 유연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지정되면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 (주)두산은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가 지주사 자산 총액의 50%를 넘지 못해 지난 4월 지주회사에서 제외됐다. 지주사를 포기한 대신 지분매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