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의 상장요건은 매출액ㆍ이익 등 형식적 요건과 함께 경영투명성, 기업안정성과 같은 질적 요건들이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회장은 당초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려고 이른 시일 내에 호텔롯데를 상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대표)이 경영권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장요건 중 질적 요건을 충족하기 힘들어졌다. 경영권의 향배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면 호텔롯데가 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일본 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을, 한국 법원에는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의 이사 해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을 각각 제기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제 전쟁 시작”이라며 추가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지분구조 측면에서도 형제간의 갈등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상장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올해 6월 말 기준 일본롯데홀딩스로 지분율은 19.07%다. 이 외에 롯데그룹 지분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가 5.45%를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해 1.62% 개인지분뿐 아니라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를 통해 지분 28.1%를 갖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기업을 상장하려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그룹의 주식을 6개월간 보호예수해야 한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지분을 통해 보호예수에 응하지 않으면 사실상 호텔롯데의 상장은 어려워진다. 거래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 미만일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보호예수를 하지 않아도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의 보유지분이 5%를 넘는 상황이어서 지분 보호예수 없이 상장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무산되면 신 회장 측의 경영권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이 그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형제간 힘의 균형에 미묘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롯데홀딩스 종업원 지주의 향배가 어디로 향할지가 관심사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개인 지분은 1.4%에 그친다. 신 회장은 종업원지주회가 가진 지분 27.8% 등의 지지를 바탕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의 상장 무산을 계기로 힘의 변화가 생기면 종업원 지주 내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현재 종업원 지주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