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돈을 보낸 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송금이 진행되는 지연 이체 서비스가 오늘(16일)부터 시작 됐습니다.
이해가 잘 안 되시죠? 예를 들어 살펴볼까요.
제가 보이스피싱을 당해 1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대포 통장으로 송금했습니다(물론 가정입니다). 지금까지는 인터넷뱅킹의 ‘송금 확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체가 완료됐습니다. 돈을 보내고 몇 분 만에 사기를 눈치챈다 해도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는 얘기죠.
그러나 앞으로는 ‘송금 확인’ 버튼을 눌러도 돈이 바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최대 3시간 동안은 내 통장에 머물러 있는 거죠. 송금 확인을 누르고 2시간 30분 안에는 본인이 직접 이체 취소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신청 고객에 한해 적용되는데요. 은행 창구에서 가서 동의서만 작성하면 됩니다.
제도 취지는 간단합니다. 날로 진화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파밍 등의 전자금융사기를 막기 위함입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발생한 보이스피싱은 3만1808건을 기록했습니다. 피해액만 3692억원에 달합니다. 올 상반기에만 4723건, 677억원이나 발생했다고 하네요.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7635건, 973억원)보다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고요? 보이스피싱은 연세가 많은 분만 당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 절반 이상이 20~30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실에 따르면 올 3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4321건) 가운데 20대 피해 건수는 1428건(33%)에 달합니다. 30대는 1055건(24.4%)이라고 하네요. 20~30대가 전체의 57.4%를 차지합니다.
남 일이 아니란 얘기죠. ATM 출금 한도는 100만원으로 낮아지고, 이체된 돈을 찾으려면 30분은 기다려야 하고, 통장 하나 만들려면 왜 개설하는지 집요하게 캐묻는 은행원들, 점점 ‘은행일’이 힘들어집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는 내가 될 수 있습니다. 귀찮다고 투덜대기보다 ‘알토란’ 같은 내 돈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