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김무성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에 대해 묵묵부답이고 문재인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들이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지 정말 궁금하다. 우선 김무성 대표가 권역별 비례대표를 외면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다. 중앙선관위가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제안하면서 현재의 의석 수 300석을 기준으로 지난 총선에서 얻은 각 정당의 득표율을 대입해 권역별 비례대표제 시행을 시뮬레이션했는데, 이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은 지금보다 11석, 새정치연합은 10석이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군소 정당들은 경우에 따라,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약진하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야가 권역별 비례대표를 놓고 사활을 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경남의 경우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시 민주통합당은 이 지역에서 30.6%를 득표했다. 이 득표율을 권역별 비례대표 시행을 전제로 대입해 보면 이 지역에서 민주통합당의 의석 수는 3석에서 14석으로 늘어난다.
우리는 바로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김무성, 문재인 대표는 둘 다 부산 출신이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PK 지역에 비교적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반면, 문재인 대표는 그렇지 못하다. 새정치연합의 부산의 맹주는 조경태 의원이다. 그런데 조경태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그래서 조경태 의원의 존재는 문재인 대표에게 걸림돌이 됐으면 됐지 도움은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왜 지금 새정치연합이 권역별 비례대표에 목을 매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대선이든 뭐든 정치판에서 뭔가를 이루려면 탄탄한 지역 기반이 필수인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 일단 유력한 대선 후보인 김무성 대표의 지역 기반을 흔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문재인 대표의 지역 기반을 지금보다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의 혁신위까지 문재인 대표의 부산 출마를 주장하고 나서니 이런 요구를 수용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관철하면, 자신의 취약한 지역 기반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정치연합의 혁신위는 해당 행위자로 조경태 의원을 ‘콕’ 찍어 언급했는데, 이런 요구를 수용하면서 조경태 의원을 내치면, 문재인 대표 측의 입장에선 걸림돌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김무성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의 도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오픈 프라이머리를 생각해 보자. 오픈 프라이머리는 원래 김무성 대표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표까지 모두 과거에 주장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오픈 프라이머리는 현역 의원한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주(州)의 경우, 현역 의원이 90% 이상 공천을 받는다. 현역 의원이 아무래도 정치 신인보다 인지도도 높고 조직력도 튼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국회의 권력구도가 바뀌기를 원하지 않는 측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선호하고 반대로 현상 타파를 원하는 측은 이를 반대한다.
여기서 정치공학적 차원의 의문이 생긴다. 김무성 대표나 문재인 대표 모두 현상 유지를 원할 터인데, 문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 대표는 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소극적일까? 그 이유는 권역별 비례대표를 여권이 받게 만들기 위한 카드가 바로 오픈 프라이머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난 추석에 있었던 양당 대표의 회동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제 문제는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이 요구하는 권역별 비례대표를 받느냐, 아니면 석패율 제도를 받느냐하는 부분이다. 이렇듯 지금 정치권은 복잡한 방정식을 갖고 총선 룰을 정하고 있다. 이런 ‘총선 방정식’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유리한 결론을 도출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