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드리워진 인물은 가고, 소설 속 인물이 온다. 바로 뮤지컬 무대에서다. 뮤지컬 ‘명성황후’, ‘엘리자벳’의 서울 공연이 성황리에 막 내린 가운데, ‘로미오 앤 줄리엣’, ‘신데렐라’가 관객과 만난다.
오스트리아 제국 함부르크 왕가를 대표하는 인물인 엘리자벳 황후는 화려한 유럽 뮤지컬 ‘엘리자벳’으로 재탄생됐다. 옥주현과 조정은은 각기 다른 빛깔로 비극적인 인물을 해석해내 호평을 이끌었다. 2012년 초연에 이어 이번 서울 공연 역시 흥행에 성공, 대구, 창원 등 지역 공연을 앞두고 있다.
또, 실존 인물을 다룬 뮤지컬로 ‘명성황후’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의 역사적 비극을 상징하는 명성황후는 창작뮤지컬로 거듭나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타이틀롤을 맡은 김소현과 신영숙은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막 내린 서울 공연은 작품 전개 또한 긴장감을 보강해 호응을 얻었다. 천안, 여수, 부산, 대구 시민과의 만남을 예약해 여전한 인기를 입증했다.
이처럼 비장미를 뿜어낸 역사적 인물들이 작별을 고한 가운데, 소설 속 인물을 상상력 넘치는 무대로 옮긴 작품들이 속속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미오앤줄리엣’의 오리지널 내한공연이 12일 개막한다. ‘십계’, ‘노트르담드파리’와 함께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히는 ‘로미오앤줄리엣’은 애틋한 로맨스로 성인 관객을 공략할 전망이다. 특히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아름답고 중독성 있는 선율로 이뤄진 넘버가 원작 소설과는 다른 무대만의 매력을 더한다.
반면 친숙한 동화를 모티브로 한 ‘신데렐라’는 뮤지컬로 옮겨져 가족 관객을 맞이한다. 주인공 신데렐라는 착하고 수동적인 원작과 달리, 사랑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할 줄 아는 당찬 인물로 변모해 눈길을 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들로서, 공연의 특성을 활용해 활자를 어떻게 형상화했는지 찾아보는 점 또한 주요한 볼거리”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 교수는 두 작품의 특성에 대해 “(신데렐라는) 동서양 모두 존재하고 있는 이야기로, 극적인 운명의 반전을 경험하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또 ‘로미오앤줄리엣’에 관해서는 “관광 자원화된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작품과 달리, 프랑스 뮤지컬로서 성인 관객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