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종방연에서 술을 안 먹을 수가 없었어요.”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 송창의가 꺼낸 첫 마디였다.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 제작진과 배우들은 인터뷰가 이뤄진 전날인 8월 31일 드라마 쫑파티를 가졌다. 끝까지 좋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기에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기분 좋은 자리였다. 송창의도 그 날의 쫑파티에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빛내며 고생한 스태프들과 이야기 꽃을 피웠다.
다소 숙취에 괴로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질문에 차분히 답변을 해나갔다. “드라마 촬영하면서 서로 긴장감이 있었는데 그 긴장감이 풀리니 내려놓고 먹게더라고요. 덜 먹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다 같이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여 찍었던 모습을 회상하면서 솔직한 얘기도 나누고, 드라마가 잘 마친 것을 축하하는 분위기의 자리였기에 그럴 수가 없었어요.”
‘여자를 울려’에서 진우라는 역할로 코믹한 모습부터 치열한 멜로, 깊은 감정의 부성애 연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표현해야 했던 그는 이번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한마디로 ‘마라톤’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회에서 진우가 덕인(김정은 분)에게 프러포즈를 하며 부른 노래가 ‘사랑’이라는 곡인데, 그 노래처럼 ‘사랑’하나로 모든 것을 용서하기 위해 마라톤처럼 여러 모습을 띄우며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게 완주하고 결과적으로 제게 성숙을 준 만큼 유난히 이번 작품은 마라톤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송창의가 언급한 마지막 프러포즈 장면에서 진우가 덕인에게 프러포즈를 하며 부른 곡은 그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부른 ‘사랑’이라는 노래다. 바쁜 스케줄에도 직접 선곡해 피아노 편곡작업까지 한 이유는 노래의 가사가 드라마의 내용과 너무도 잘 맞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메시지가 강한 드라마잖아요. 심지어 치유될 수 없는 상처도 사랑으로 극복하려고 하니까요. 이 노래 가사에 ‘저 붉은 해 끝까지 그대와 함께 가리’라는 문장이 있는데 여태껏 부르면서 한 번도 슬프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진우의 입장을 이해하다보니까 이번에는 부르다 울컥했어요.”
송창의는 ‘여자를 울려’ 제작발표회 당시 고등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결혼도 안한 그가 극 중 44세의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아버지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의아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 역시도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당황해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잘못 온 거 아닌가. 번지수 잘못 찾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김근홍 감독님과 ’이산‘에서 호흡을 맞췄으니 우선 만나서 얘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실제 아이 아버지 같은 이미지의 캐스팅을 원치 않으셨어요. 이런 연기에 도전해 보는데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시는데 한편으로 자극도 됐어요. 감독님께서 고등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주셨죠.”
하지만 그는 우려와는 달리 극 초반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아들에게 애증을 느끼는 모습부터, 극 후반 진심으로 윤서(한종영 분)를 용서하고 다정한 아버지로 변신한 모습까지 절절한 부성애 연기로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했다. 송창의는 아직도 아들을 죄를 대신 사과하며 무릎을 꿇고 덕인 앞에서 눈물을 흘린 장면의 대사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죽은 아내가 미워서, 얘 때문에 내 인생이 묶였다는 생각에 이 자식이 미웠는지도 몰라요. 얼마나 나에게 원망이 많았겠어요. 용서해 달라는 말은 안 할테니 제발 윤서가 잘못했다는 말이라도 들어줘요.’ 이 대사를 20번 넘게 읊어봤어요. 실제로 아들을 둔 친구들에게 어떤 감정이 드는지 물어보기도 했죠. 그렇게 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대사를 하는데 아버지의 감정이 확 올라와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처음에는 종영이를 보고 아들보다는 친척 막내동생을 연상하고 연기를 했는데 점점 감정을 이입하다 보니 뭘해도 동요가 되고 짠해지고 진짜 아들 같이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실제 송창의라면 극 중 진우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는 “실제 저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송창의는 “사랑 한 번 못해봤다고 하는데 너무 진우가 불쌍하고 순진해보이기도 했다”며 “저는 이미 그렇게 순수한 사랑을 하기에는 많은 사랑과 이별을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자신과 진우는 너무도 달랐기에 그는 이번 작품에서 많은 것을 버려내야 했다. 그는 “진우 역할을 맡으면서 연기자로서의 욕심과 좋지 않은 요소를 빼야만 했던 것이 개인적으로 진우를 통해 얻어간 것”이라고 표현했다.
송창의는 젠틀한 이미지로 인해 극 중 다정다감한 로맨티스트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 오글거릴법한 대사와 세레나데도 그가 하면 멋있는 고백이 됐다. 하지만 실제 그를 겪어본 주변인들은 그의 성격을 ‘상남자 답다’고 표현한다. 그는 “여자 입장에서 본다면 상남자 다운 면이 있긴 한 것 같다”고 인정했다. 때문에 그는 남자의 정서를 다룬 역할을 찾아서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언급했다.
뮤지컬 배우로서도 불패신화를 기록하고 있는 송창의는 지난해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이후 드라마 ‘닥터 프로스트’와 ‘여자를 울려’를 연달아 촬영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무대에 대한 목마름을 호소하며 차기작으로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갈 것임을 예고했다.
“감정노동이 큰 드라마를 연달아 하다보니 무대에 서야겠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저는 뮤지컬을 하면서 에너지를 쏟아내면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은 공연에서 에너지를 좀 쏟아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