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웨어러블 기기의 강자로 떠오른 ‘핏빗(Fitbit)’이 상장 이후 첫 실적 발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그럼에도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주가는 장중 12% 폭락했다.
핏빗은 5일(현지시간) 지난 6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이후 처음으로 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핏빗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조정 후 주당 순이익(EPS)은 21센트, 매출은 4억 달러(약 4684억원)였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8센트와 3억1900만 달러를 각각 웃도는 실적이다. 같은 기간 핏빗의 제품은 450만대가 판매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판매량 172만대를 3배 가까이 넘어섰다. 총 마진율은 47%에 달했다.
제임스 박 핏빗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 2분기에는 창사 8년래 최고의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고 자축했다.
지난 2007년 5월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박과 에릭 프리드먼이 공동 설립한 핏빗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핏빗의 제품이 애플의 애플워치 등 대형 정보기술(IT)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애플의 대항마’ ‘웨어러블의 강자’로도 불렸다. 핏빗은 IPO 첫날 공모가격(20달러)보다 50%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고, 이후 회사의 주가는 무려 70% 폭등했다.
하지만 이날 실적 발표 이후 핏빗의 주가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장중 한때 무려 12%나 주저앉았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형성된 가운데 회사가 제시한 올 3분기 실적 전망에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한 까닭이다. 회사는 오는 3분기 매출이 3억3500만~3억6500만 달러, 조정 후 EPS는 7~10센트, 총마진율은 47~48%로 각각 전망했다.
이에 대해 밥 펫 선트러스 스트래티지스트는 “인도에서의 판매가 둔화된 만큼 3분기 총마진율은 2분기보다 낮을 것”이라며 “핏빗의 성장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티브 와이즈 쇼티힐스 캐피털파트너스 창립자는 핏빗의 주가 하락에 대해 “투자자들은 이날 2분기 실적이 아닌 핏빗의 미래를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핏빗이 브랜드 전략에서는 그 어느 업체보다 앞설 지 모르지만 기술 자체는 독보적이지 않다”며 “핏빗의 기술은 모두가 가진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피트 나자리안 옵션몬스터닷컴 창립자 역시 “현재 주목해야 할 점은 핏빗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지”라면서도 “핏빗이 고도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독보적인 브랜드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웨어러블 시장의 경쟁이 점차 심화되면서 핏빗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핏빗의 제품보다 100달러나 저렴한 ‘미 밴드’를 출시해 핏빗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 핏빗의 주가는 장중 낙폭을 줄여 상승 반전, 전 거래일 대비 3.92% 오른 51.6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