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사의 기념비적 산물인 단성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3번의 유찰 끝에 낙찰된 단성사는 지난 4월 17일 잔금납부가 마무리되며 국내 제 1호 영화관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경매에 나온지 약 2년 7개월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은 단성사는 영화관에서 일반 사무동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단성사는 1907년 서울 종로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영화관이다. 단성사는 처음에는 영화관이 아닌 공연장으로 사용됐고, 때때로 수입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이후 1913년부터 영화 상설관으로, 1918년부터는 영화 전용관으로 운영됐다.
이후 영화관이 속속 들어서며 1970~80년대 종로 3가 일대는 단성사와 피카디리, 서울극장 등 영화의 거리로 거듭났다.
국내 첫 영화관인 만큼 단성사는 굵직한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1919년 10월 27일, 한국 첫 영화라 할 수 있는 '의리적 구토'를 상영했고 첫 필름 영화인 '아리랑'도 단성사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아울러 최초의 유성영화 '춘향전'도 상영됐다.
걸출한 흥행작도 여럿 배출했다. 1977년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장미희, 신성일 주연의 '겨울 여자'를 비롯해 1990년 '장군의 아들', 1993년 '서편제' 등이 단성사에서 상영됐다. 특히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통해 단성사는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 관객 100만명을 넘긴 영화를 개봉한 상영관이 됐다.
한편 지상 10층, 지하 3층(1만3413㎡)의 단성사 건물은 사무 공간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