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신화의 주역 김태호PD, 그는 누구인가? [배국남의 스타탐험]

입력 2015-07-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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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으로 한국 예능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김태호PD의 힘은 무엇?

▲10년동안 '무한도전'을 연출한 김태호PD.(사진=MBC제공)
#1. 2015년 4월6일. “‘무한도전’은 지난 10년 동안 매회 특집을 방불케 하는 무형식의 예능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리얼버라이어티 쇼를 선보였고 캐릭터 예능, 문화의 재발굴 등 대한민국 예능사에 길이 남을 도전을 시도해왔다.” 여의도 클럽이 김태호PD에게 ‘올해의 방송인상’을 수여한 이유다.

#2. 2014년 10월10일. “‘무한도전’의 대주주는 시청자라고 생각하고 진행하고 있다. 큰 변화와 큰 결정은 시청자의 몫이다. 주어진 과제 하나 하나를 할 뿐이다. ‘무한도전’보다 재밌는 예능도 많고 채널도 많아졌다. 성장할 때보다 더 힘들다. 녹화 전날 새벽에도 자신 없는 아이템은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 책임감이 생겼다. 새롭게 등장한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게 하려는 멤버, 제작진의 자존심이 우리를 더 가혹하게 몰아붙인다. 쉽게 밀려나진 않을 것 같다.” ‘무한도전’ 400회 기자간담회 때 김태호PD가 밝힌 각오다.

#3. 2012년 6월21일. “‘무한도전’ 이 눈물 나게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서명 했습니다!” 공정방송 요구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돌입한 MBC 파업이 144일째를 맞는 이날 서울 홍대지하철역을 앞에서 ‘김재철 사장 퇴진 100만명 서명하기’에 동참한 한 대학생이 다가와 한 말이다.

한국 예능을 ‘무한도전’이전과 이후로 나누게 한 MBC 김태호(40)PD를 읽을 수 있는 세 가지 풍경이다.

“염색을 하고 레게 머리로 면접에 들어왔어요. 눈에 확 들어왔어요. 참 특이한 친구라는 생각을 했고 면접 하면서 말하는 것을 보니 매우 창의적이어요. PD로서 좋은 자질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지요.” 신종인 전 MBC부사장이 2002년 김태호라는 입사지원자를 면접장에서 만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김태호는 예능PD가 돼 한국 예능사를 새로 쓰고 있다. 10년 넘게 방송되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말이다.

▲레슬링 특집 등 다양한 시도와 독창성으로 예능 신화를 만든 '무한도전'(사진=MBC)

2002년 MBC 예능PD로 입사해 ‘논스톱4’ ‘일요일 일요일 밤에’ 와 ‘토요일-무모한 도전’ 조연출을 거쳐 2005년 ‘강력추천 토요일-무한도전: 퀴즈의 달인’의 연출을 맡은 다음 2006년 5월 6일 ‘무한도전’을 이끌기 시작했다. 무려 10년이 지났다. 한PD가 한 프로그램을 10년 동안 이끈 전례가 없다.

특히 대중의 기호와 취향 그리고 미디어 환경, 방송사 조직 등의 급변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순환주기와 수명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6개월을 못 버티고 폐지되는 예능 프로그램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호PD가 ‘무한도전’을 첫 방송부터 10년 넘게 이끌고 있다는 것은 그자체로 역사이자 신화다. 독창성와 신선감, 그리고 변화와 트렌드, 대중성(시청률)이 담보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신화다.

‘무한도전’ 신화를 10년째 써가는 김태호PD는 바로 ‘무한도전’에서 그를 분석하는 키워드를 찾아야한다. ‘무한도전’은 곧 김태호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고정 멤버와 포맷으로 진행되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관행을 깨며 새로운 예능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바로 무형식의 형식이다. 6명의 멤버가 매회 달라지는 새로운 아이템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매회 새로운 형식과 소재, 내용이 등장해야한다. 이것은 매주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템마다 시청자의 반응과 평가는 엇갈리지만 ‘무형식의 형식’의 ‘무한도전’을 10년 동안 높은 인기를 얻으며 호평을 받은 원동력은 바로 김태호PD의 독창성이다. 매 아이템마다 달라지는 형식과 내용을 통해 독창성과 신선감, 트렌드 여기에 재미와 의미까지 곁들여 ‘예능계의 스티브잡스’라는 수식어까지 생겨났다.

서강대 신방과 원용진 교수는 방송작가 2009년 8월호에서 “‘무한도전’을 어떻게 읽을까. 못난 찌질이 쇼라고 단언하지 말자.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 등 두 쇼에 비하면 훨씬 작가주의적 성격이 묻어나는 프로그램이다. 등장 캐릭터들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연출력은 탁월하다. 오밀조밀한 등장 인물들 간의 관계, 상호텍스트성이 뛰어나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자막 사용을 들여다보면 만화가 구사하는 내러티브 상상력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프로그램 내용을 열어두고 시청자의 상상력을 낚는 데는 상당한 경지에 까지 이르고 있다”며 김태호PD의 독창성과 스타일을 높이 평가했다.

‘무한도전’의 소재와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구성, 진행, 자막처리 및 편집에 이르기까지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독창성과 기발함이 돋보인다. 김태호의 이러한 독창성은 바로 천부적인 예능감 위에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진,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와의 끊임없는 소통과 치열한 공부와 연구가 쌓여서 나온 것이다.

‘무한도전’을 기획하며 김태호PD와 함께 이끌었던 여운혁JTBC PD는 “김태호PD는 천재적 감각과 함께 성실함과 끈기까지 갖추고 있다. 예능PD로서의 최고의 자질을 갖춘 연출자다”고 극찬을 했다.

특히 김태호PD는 제작진과 출연진과의 소통 능력 뿐만 아니라 시청자 의견과 아이디어의 프로그램의 수용 능력 그리고 대중과의 공감능력 역시 매우 탁월하다. 이로 인해 ‘무한도전’ 시청자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슈머(생비자)로서 수용자의 모습을 보이고 강한 팬덤을 드러내고 있다.

▲1990년대 복고 신드롬을 일으킨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사진=MBC)

스타 연출자 나영석PD는“김태호PD의 프로그램을 보면 출연진과 시청자와 얼마나 잘 소통을 하는 지를 알 수 있다. 대중의 정서를 읽고 공감을 유도하는 능력 역시 프로그램 전반에 잘 녹아있다”고 말한다.

김태호PD 덕분으로 탄생하게 된 “슈퍼파월~힘을 내요!”라는 유행어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김영철은 “김태호PD는 출연자에 대한 집중력이 대단하다. 짧게 출연하는 사람도 돋보이게 해주려는 자세가 몸에 배인 연출자다. 출연 멤버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출연자의 개성에 맞는 기획력도 뛰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태호PD는 섬세한 배려와 원활한 소통으로 수평적 리더십도 보이지만 문제나 잘못에 대한 판단과 개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리스크 관리도 뛰어나다. 방송하면서 멤버들이 매너리즘을 보일 때나 음주운전 등 멤버들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김태호PD는 “매순간 ‘무한도전’은 위기다. 철저한 반성과 자기 진화가 이뤄진지 않으면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다” 며 분발을 촉구하며 문제와 위기를 해결했다.

김태호PD와 다른 예능PD를 결정적으로 차별화하는 지점은 바로 그가 끊임없이 시대와 현실 에 조응하려 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드름 블레이크’ ‘무한상사’ ‘레슬링, 조정, 봅슬레이 특집’ 등 수많은 ‘무한도전’ 아이템들이 웃음을 넘어 의미 있는 다양한 사회 담론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수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해독을 가능하게 만든다.

“아직까지 ‘무한도전’의 최고편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김태호PD는 “박수칠 때 떠나고 싶은 마음을 늘 갖고 있다”고 했다. 천재적 작가주의 연출자 김태호PD가 ‘무한도전’을 통해 이룬 예능의 성과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22일 “‘무한도전’이 예능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고, 매회 창의적인 아이템을 발굴하며,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무한도전’을 9월 3일 열리는 42회 한국방송대상에서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또 한번 김태호PD의 능력과 성과를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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