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예상대로 합병 저지를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9일 엘리엇은 보도자료를 통해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 데 변함이 없다"며 "합병안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늘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법적조치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이 낸 가처분에는 내달 17일 열리는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하게 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됐다. 그동안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 확대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표면적으로 ‘경영참여’가 이유지만 시세차익을 겨냥한 지분확대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때문에 단기간의 차익매물보다 장기적으로 주주권을 앞세워 분쟁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이런 배경을 근거로 자본시장 전반에 엘리엇과 삼성물산의 법정 싸움이 예고돼 왔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달 26일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의하면서 합병 비율을 1대 0.35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의 주식 3주를 갖고 있으면 제일모직 주식 1주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은 삼성그룹 승계구도의 막바지 단계는 물론 상징적 의미도 지녔다.
엘리엇측은 바로 이 부분이 불합리하다며 반기를 들었다.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제일모직과의 합병비율을 따졌을 때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앞서 엘리엇 측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 했을 뿐만 아니라 합병 조건도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표면적으로 주주이익을 대변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주가가 상승할수록 이는 엘리엇에 긍정적이다. 때문에 지분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엘리엇은 이날 현재 삼성물산의 지분을 총 7.12%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의 합병반대와 관련해 삼성물산측은 앞서 "양사간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상의 규정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시장이 현재 평가한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적용한 것"이라며 "다양한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노력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되면 두 회사의 지분가치는 현재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이 경우 7%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엘리엇 역시 적지않은 손해를 피할 수 없게된다. 두 회사의 합병 반대보다 주주로서 목소리를 키우고 향후 시세 차익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