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재보궐선거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하면서 야권 재편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을 떠나 무소속으로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 나섰던 천정배 당선자는 당선 일성으로 “1년 뒤 총선에서 호남 인물들을 모아 새정치연합과 경쟁하겠다”고 밝혀, 야권 재편의 불씨를 댕기고 있다.
천 당선자는 30일 복수의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다음 총선에서는 호남에서의 새정치연합 일당 패권 독점 구조를 깨뜨리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다음 총선 때엔 이번에 제가 했듯 광주 전역, 가능하면 전남과 전북까지 합친 호남에서 새정치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을 잘 모아서 함께 출마할 생각”이라며 “그저 공천자만 세워두면 무조건 찍는 게 아니라 유권자들이 어제 선거처럼 실질적인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경쟁 체제를 통해서 야당이 변화, 쇄신되고 야권의 힘이 전체적으로 강해지고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 당선자는 ‘신당 창당’까지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미 정치권에선 그가 호남신당을 만들 것으로 점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안방’인 호남에서 이른바 ‘호남판 자민련’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천 당선자가 이번에 서울 관악을에서 낙선한 정동영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모임’에는 합류하지 않겠다고 선을 확실히 그은 만큼, 향후 야권은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국민모임과 천 당선자의 신당까지 갈래갈래 찢어질 수 있다. 다만 정의당과 국민모임은 이번 선거에서부터 노동당, 노동정치연대와 함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등 손을 잡았던 터라 향후 진보세력 연대를 넘어 통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6.4지방선거와 7.30재보궐선거, 이번 재보선까지 잇따라 패하면서 야권 재편의 빌미를 준 새정치연합으로선 당내 분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비노계는 벌써부터 선거 패배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문재인 대표 등 친노계 흔들기에 나선 형국이다.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에 근소한 차로 패한 박지원 의원은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문 대표의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했다” “문 대표가 대권 가도로 가고 있어 이번 선거도 ‘후보 대 후보’ 아닌 ‘친노 대 새누리당’ 싸움이 됐다”고 문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 내 비노계 의원들이 탈당해 천 당선자 측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친노가 주류인 새정치연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일부 의원들이 탈당을 감행해 천 당선자와 손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야권 분열’에 대한 지지층의 반감도 높아, 당분간은 당내 분위기는 물론 여론 흐름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1995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어서 당시 정통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분열된 적이 있고, 이듬해 선거에서 당시 신한국당이 1당이 됐다”며 “호남 재편을 통한 새로운 변화는 야권 전체 분열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어, 어떻게 호남민심이 다시 작동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