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판 대표 가전ㆍ전자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 1분기 1조4000억원 가량의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변동 대응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삼성과 LG의 타격이 작지 않았던 점을 미뤄 보면 국내 산업계가 받은 환율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9일 컨퍼런스콜과 실적설명회를 통해 유럽과 신흥국의 환율 영향으로 각각 8000억원, 6000억원에 가까운 환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5조9800억원. 환율 악화 영향이 없었다면 6조원 후반대의 영업이익도 가능했던 셈이다. TV와 백색가전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 부문은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 14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분기 TV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인 상황에서 유럽과 신흥 국가의 환율 하락으로 수요가 둔화됐다"며 "환 대응을 위한 TV 판가 조정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1분기 영업이익 3052억원을 기록한 LG전자도 환율 영향이 없었다면 9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LG전자는 TV 사업을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의 타격이 컸다. HE사업본부는 1분기 영업적자 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1분기 4조6600억원에서 올해 4조4400억원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2100억원에서 영업손실 62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LG전자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이 높은 브라질과 러시아, 유럽, 인도, 인도네시아 통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TV 사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에 그나마 덜 취약한 삼성과 LG의 환손실이 수천억원에 달하면서, 전체 산업계가 받은 분기 환손실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해외매출을 공시하는 30대 그룹 계열사 146곳의 2013∼2014년 국내외 매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해외매출은 859조1000억원에서 837조7000억원으로 21조 4000억원(2.5%) 감소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다른 통화들이 원화보다 크게 절하되면서 원화의 실효환율은 지난해보다 4.5% 절상된다"며 "환율 여건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환위험 관리에 나서는 등 기업 스스로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