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스크램블 톡] 엔저·원저, 한국에만 옐로카드 내민 미국 환율보고서

입력 2015-04-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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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가 9일(현지시간) 발표한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의 원화 약세를 유달리 문제 삼았습니다.

미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 외환시장 개입을 대폭 늘렸다며 원화 약세 유도를 위한 환시 개입을 중단하고 원화 가치의 추가 절상을 용인하라고 압박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원화 가치와 중국 위안화 가치가 과소 평가되고 있으며 이것이 미국 등 무역 상대국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한국은행은 작년 10월 13일 기준금리를 2.00%로 0.2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이후 지난달 1.75%로 추가 인하하며 사상 첫 기준금리 1% 시대에 돌입했지요. 이를 두고 시장에선 거액의 경상수지 흑자를 배경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질 것 같자 금리 인하로 방어에 나섰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이 수출 의존도가 높으니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당연히 부담이 되겠지요.

주목할 것은 일본 엔화는 원화 이상으로 평가가 절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9일에도 엔화는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20.70엔을 기록하며 3주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습니다. 엔화 약세 덕분에 일본 기업들은 실적이 호전되면서 직원 임금도 올려주고, 배당도 늘리고 설비투자도 두드러지게 활발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미 재무부는 일본에 대해선 금융완화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과하다며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만 조심스럽게 지적하는데 그쳤습니다. 또한 재무부는 일본 당국이 환율 유도를 목적으로 한 외국 자산 매입은 하지 않았다며 환시 개입에 나서지 않았음을 굳이 명시했습니다. 엔화 약세의 원인은 일본은행의 양적·질적완화(QQE)의 결과였다는 것입니다.

엔화 약세는 용인하면서 원화 약세는 못 봐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3월에 발표된 미국의 작년 4분기 경상수지 적자는 전 분기보다 14.8% 증가해 113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전체 경상수지 적자는 4106억달러로 2013년 4003억달러에서 크게 증가했습니다.

올 1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외신에서는 연일 강달러 때문에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암울하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다 눈 흘긴다’는 말이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 같네요.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가 나오자 일본에서는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수출 기업의 이익이 엔화 약세 때문에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는데, 한국은행이 박 대통령의 발언의 영향을 받아 엔화에 대해서도 원화 약세를 유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러니 한국이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건 맞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미 재무부 역시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수요의 견인차로 다시 미국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한 말이 절실하게 와 닿네요. ‘내 코가 석자이니 알아서들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요. 앞으로도 미국발 환율전쟁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한국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꼴이 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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