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스크램블 톡] Thank U Yellen?...“남은 건 ‘검은 점’ 뿐이었네~”

입력 2015-03-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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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큐 옐런(Thank You Yellen)?”

미국 연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3월 FOMC에서 금융정책의 결정적 포워드 가이던스였던 ‘인내심(patient)’이란 문구를 삭제했단 소식에 환호했던 시장이 하루 만에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19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0.65%, 0.49% 하락했고, 달러 가치도 4일 만에 강세를 회복했습니다. 이날 달러 가치는 주요 16개 통화 중 13개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습니다. 달러가 강세 보이면서 대체 투자처인 국제유가는 급락세를 보였고요.

시장의 1차 해석은 이랬습니다. 연준이 ‘인내심’이란 문구를 삭제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자 일단 ‘조기 금리인상은 없겠구나’라는 안도감이 형성됐습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성명에서 ‘인내심’이라는 문구를 삭제했을 뿐 성급하게 결정할 순 없다”고 말하면서도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했지요.

그러나 FOMC의 성명을 다시 꼼꼼히 살펴보니, 조기에 금리를 올리진 않겠으나 어쨌든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린다는 사실 자체에 안도의 한숨이 진짜 한숨으로 바뀐 거죠.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해서 ECB나 BOJ와 같은 수준의 완화 정책을 추가해도 암담한 와중에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긴축으로 선회한다는 게 부담이 됐을 겁니다.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된 포워드 가이던스가 오히려 시장의 혼선을 가중시킨 모양샙니다.

연준은 벤 버냉키 의장 시절에 처음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도입했습니다. 연준에 대한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통화정책, 특히 기준금리의 방향성을 미리 알려주겠단 취지였죠.

하지만 오죽하면 ‘하룻새 안녕’이란 말이 있겠습니까. 지금처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달 혹은 수개월 후의 상황을 미리 결정하는 게 가당키나 합니까.

FOMC 성명에 갈수록 애매모호한 영문 표기가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유지하겠다”,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는(can be patient)”, “경제성장 속도가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moderated somewhat)”,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근접한다는 합리적 확신(reasonably confident)이 설 때”,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가능성(unlikely)” 등이 그 예입니다. 시장에서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해석도 제각각인 게 당연하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선 FOMC 위원 17명의 적정 기준금리와 시기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1년 전 연준 의장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점도표에 대한 신빙성을 부정하던 옐런 의장도 태도를 바꿔 이번 FOMC에선 점도표에 상당한 신뢰를 보였죠. 그는 이번 FOMC 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작년 12월 시점보다 현저히 떨어진 금리 전망을 언급하며, 당국이 상정한 정책에 부합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성명에서 올해말 적정 기준금리로 제시된 수치의 중간값은 0.625%로 지난해 12월 시점의 1.125%보다 낮아져 유로 달러 선물에 근거한 시장 전망에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결국 이번 FOMC 성명에 대한 담력 테스트에선 시장이 이긴 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국이 긴축 시그널을 주든말든 무시하고 그 속도에만 주목했으니까요. 결과는 뒤통수를 맞았지만.

어떤 트레이더는 이런 말을 했답니다.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남은 건 검은 점 뿐이다”

점도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조만간 포워드 가이던스의 무용론이 재점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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