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금융 서비스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은행 대출업무 영역까지 침범했다. 서비스 초기 단계라 아직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는 인식도 있지만, 수요가 서서히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모바일 뱅킹으로 대출 신청 해보니 = 스마트폰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우리은행 모바일앱을 통해 대출 과정을 체험해 봤다. 처음 접하는 화면은 대출 신청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사전 체크단계’다.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일정 자격을 만족해야 하는데, 신용카드를 1년 이상 연체한 적이 없어야 한다.
이 밖에도 △지난달 급여이체 또는 연금이체 사실이 있는지 여부 △지난달 우리은행 계좌에서 공과금 3건 이상 또는 아파트관리비 자동이체 △지난달 우리은행 계좌에서 우리카드(신용·체크) 이용대금 출금 등 세 조건 중 2가지 조건 이상이 충족돼야 한다.
신용대출은 요구하는 정보를 모두 확인하면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국민연금 납부 이력을 자동으로 확인해 대출 심사에 들어간다. 이후 신용등급에 맞는 금액을 대출 받을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만 질문 항목이 더 많았다. 전세자금대출 항목 중에는 ‘전세계약을 공동임차인으로 계약했나’라거나 ‘임차물건지에 설정된 근저당설정금액이 임차보증금의 50%를 초과하는가’ 등이 포함됐다.
신청이 끝나면 전세계약서, 등기부등본,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확인서, 소득금액증명원 등 필요한 서류를 가까운 지점을 통해 내면 된다. 바쁜 사람들을 위해 은행에서 신청자가 원하는 곳으로 찾아가 받으러 오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작은 화면과 스크롤의 압박은 ‘불편’ = 스마트폰 대출 과정을 살펴봤을 때 개선해야 할 점도 보였다. 우선 작은화면으로 너무 많은 문자를 읽어내야 한다는 부담과 피로감이 만만치 않다. 특히 엄청난 양의 약관을 4인치 정도의 작은 화면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스크롤의 압박’이 심했다.
또 정확하게 터치가 되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도 발생했다. 글씨 크기가 작아 눈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잦은 스크롤로 손가락도 뻐근함이 느껴졌다.
스마트폰으로 한다는 점 외에 혜택이 없다는 점에서도 매력은 떨어졌다. 금리 혜택이 추가적으로 없어 ‘굳이 앱으로 해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서비스 시작 초기라 미흡한 점도 보이고, 사용자수도 확보되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점차 이 비율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작에서의 불편함은 지속적인 앱 업그레이드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금리 혜택 프로모션 등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최근 은행 점포가 점차 사라지는 상황이라 지점 방문 접근성이 꾸준히 떨어짐에 따라 자연스레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스마트 대출 현황은 = 현재 시중은행들의 스마트폰 대출 서비스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스마트폰 대출 전용 상품을 새롭게 출시하거나 △기존의 대출 상품에 스마트폰 대출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아직 스마트폰 대출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경우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스마트폰 전용 대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만으로 대출 가능한 ‘우리 신세대 스마트폰 신용대출’과 ‘스마트폰 전세론’을 출시했다. 두 상품은 각각 지난해 1월, 8월에 출시된 이후 지난 11일까지 각각 816건, 89건의 구좌를 기록했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신한은행 등은 기존 대출상품을 모바일의 영역으로 확장해 제공 중이다. 국민은행은 온라인 대출 상품 10개 중 4개(공무원우대대출, 소액결제자금대출, 무보증약속드림론, 당행 예·부·적금 수신금리연동담보대출)를 모바일 대출로 확장했고, 외환은행은 온라인 대출 상품 중 리더스론과 예금담보대출, 급여통장플러스론 등에 스마트폰 대출 서비스를 추가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을 필요로 하는 고객 대부분은 본인의 신용등급, 금리와 관련된 자세한 상담을 원한다”라며 “비대면에 불안감을 느끼는 고객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스마트폰으로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다”면서도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대출의 성장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