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2.22 兢兢業業(긍긍업업)

입력 2015-02-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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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여리박빙(如履薄氷)과 같이 삼가고 조심하라는 표현은 참 많다. 긍긍업업(兢兢業業) 긍긍익익(兢兢翼翼) 소심익익(小心翼翼) 긍긍업업(矜矜業業) 업업긍긍(業業矜矜) 다 같은 뜻이다. 서경에서 고요(皐陶)는 우(禹)임금에게 이런 말을 한다. “안일과 욕심으로 나라를 경영함이 없도록 조심하고 두려워하십시오.”[無敎逸欲有邦 兢兢業業] 긍긍은 경계하고 삼감이요 업업은 위태롭게 여겨 두려워함이다. 긍긍업업은 줄여서 긍업으로 쓴다.

시경 대아(大雅) 운한(雲漢)에도 이 말이 나온다. “가뭄이 이렇게 크게 들어 어떻게 막을 도리가 없네. 두렵고 위태하여 천둥 치고 벼락 치는 소리 같도다.”[旱旣大甚 則不可推 兢兢業業 如霆如雷]

조선 성종 4년(1473년) 12월에 왕과 신하들이 퇴락한 경복궁 수리 문제를 논의하는 대목에도 보인다. 대사헌 서거정이 올린 차자(箚子)가 명문이다. 서거정은 “지금이 바로 전하께서 위로는 천변(天變)을 두려워하고 아래로는 백성의 괴로움을 구제하는 데에 조심하고 정성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此正殿下上畏天變 下恤民隱 兢兢業業之時也]라면서 공사에 반대했다. 천재지변이 몇 년 계속돼 민생이 도탄에 빠졌는데 무슨 경복궁 수리냐는 것이다.

임금은 자고로 긍긍업업의 자세로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한다. 그러지 않고 포악한 정치를 하면 사람들은 불한이율(不寒而慄), 춥지도 않은데 공포에 떨고 두려워하게 된다.

정초에 조심하는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은 원래 설이 삼가야 할 금기가 많은 때이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의 극치는 국천척지(跼天蹐地) 아닐까. 머리가 하늘에 닿을까 염려하여 몸을 구푸리고 땅이 꺼질까 걱정돼 조심조심 걷는다는 뜻이다. 몸을 앞으로 굽히는 걸 구푸린다고 한다. 그냥 어느 한 쪽으로 굽히는 것은 구부리는 것이다. 국천척지는 줄여서 국척이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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