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기 위한 방법으로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불만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폭발하기 전에 개인의 부적응 문제에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사회적·개인적 불만을 협박 전화 등을 통해 표출하는 일이 잦아 우리 사회의 갈등 조절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경찰에 따르면 1일 오후 5시 13분께 경기도 양주시 만송동의 한 마트에서 김모(50‧여) 씨가 마트 사장과 임대차 계약 문제로 다투다가 분신해 숨졌다.
마트 사장과 1시간가량 언쟁하다 밖으로 나간 김씨는 시너통을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와 문을 잠근 뒤 시너를 자신의 몸에 뿌리고 불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오후 8시 4분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 2층 주택 반지하 방에서는 정모(53‧여) 씨가 분신해 정씨와 방 주인이 중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다른 여성과 사귀던 방 주인이 정씨와도 가깝게 지내면서 삼각관계가 형성됐다는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30일에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골목길에서 일용직 노동자 천모(30)씨가 분신자살했다.
천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로는 수십 년 전 헤어진 생모가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 돼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손에서 자란 천씨는 최근 생모를 만나 생활비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불만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표출한 사건들의 원인을 개인적·사회적 인내력이 줄어든 것에서 찾았다. 여기엔 불만을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힌 점도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사건들은 개인의 분노를 표출하는 사건들”이라며 “문제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종말을 고하면서 ‘너도 같이 죽자’며 마지막 가해행위를 하겠다는 적대적 행위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정근식 교수는 “오늘날 우리 시민사회는 개인이 겪는 부당함, 나아가 사회적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할 능력을 많이 상실했다”며 “권력과 자본의 장벽은 점점 커지는 데다 시민사회에도 기대기 어려운 개인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좌절감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는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려 학교를 그만두는 숫자가 많아지고 은둔형 외톨이도 증가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개인의 부적응을 관리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