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이 농심 사외이사로 영입되면서 지병이 알츠하이머병 이력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라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부터 신한금융 사태 공판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유로 법원의 증인 출석 요구를 수차례 거절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일종의 뇌질환입니다. 전체 치매환자의 50~60%가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농심은 오는 3월 20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할 것이라고 29일 공시했습니다. 기업 환경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제 및 금융 관련 경험과 노하우를 경영에 접목하기 위해 라 전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는 것이 농심 측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라 전 회장의 수상쩍은 알츠하이머병 이력이 씁쓸한 뒷 맛을 남깁니다. 라 회장은 지난 2010년 9월 이른바 신한사태를 계기로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금융권의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신한 사태는 당시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은 기소를 면했으나 명예회장 자문료 명목의 비자금 조성과 사용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재판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의 대응법입니다. 신한사태 직후 금융권에서는 라 전 회장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라 전 회장 역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치료중에 있어 법원의 증인 출석요구에 불응했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는 “라 전 회장이 신한은행 사건에 따른 충격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치료 중이라는 이유로 불출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0월 참여연대는 라 전 회장과 신한은행 임직원들에 대해 자본시장법·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등으로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을때도 라 전 회장은 지병인 알츠하이머병을 내세웠습니다. 라 전 회장이 알츠하이머 증세로 검찰의 피고발인 조사를 미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라 전 회장이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2013년 12월 신 전 사장의 재판에서 입니다. 이날 라 전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당시 라 전 회장은 증언에서 "기억력이 흐려져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까봐 걱정돼 출석을 자제했으나 결자해지 심정으로 출석하라는 권유에 나오게 됐다. 견제기능을 잘못한 나의 불찰이 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