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22일 밤 이사회를 열고 포스코플랜텍에 29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보류된 안건이었지만 속개를 거듭하면서 결국 지원으로 결론을 내렸다.
방식은 포스코플랜텍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배정대상과 금액은 포스코가 2386억, 포스코건설이 514억원이다.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의 실탄이 포스코플랜텍으로 투입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포스코의 이번 결정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평가도 만만치 않다.
포스코플랜텍은 성진지오텍을 2010년 인수한 포스코가 기존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해 만든 중공업 설비 제조업체다. 포스코플랜텍은 2008년 이후 2010년 179억원의 순이익을 냈을 뿐,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에도 3분기까지 1015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권 회장은 올해 초 포스코플랜텍의 신규 수주를 금지할 만큼 강도 높은 자구책을 강구했지만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3분기 말 기준 무려 737%에 달한다.
포스코플랜텍에 포스코그룹의 자금이 투입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스코플랜텍은 2010년 10월 포스코건설에 제3자 배정으로 799억원을 유증하는 등 이번 유증을 제외하고 모두 2083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이번 유증까지 포함하면 4년간 모두 5000억원에 달하는 돈이 들어가게 된다.
권 회장이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과 역행하는 방향인 데도 포스코플랜텍을 지원하는 것은 전 정권 실세와 연관이 깊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한 성진지오텍은 전 정권 실세의 청탁으로 포스코가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유증을 보류했지만 이후 포스코플랜텍의 자구책을 면밀히 검토한 뒤 지원을 최종 승인한 것”이라며 “소액주주에 대한 책임도 무시할 수 없는 사항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