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효자동 이발사'는 세월을 깎는다

입력 2014-12-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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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곳, 춘천 효자동 '성일이용원'

▲이발가구와 소품, 인테리어가 1970년대로 시간을 되돌린 듯한 강원도 춘천 효자동 성일이용원의 '효자동 이발사' 지면상씨가 손님을 면도하고 있다. (사진=최유진 기자 )

‘1964년∼그해 봄’.

아리송한 문구가 쓰인 문을 열고 들어선다.

낡은 이발용 의자와 연탄난로, 어릴 적 대중목욕탕에서 보았던 모양의 타일이 붙은 세면대, 배불뚝이 브라운관 TV,

고풍스러운 나무 소재의 등받이 소파, ‘쾌남~’을 외치던 광고의 화장품 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습도계….

(사진= 최유진 기자)

머릿속 시간이 1990년대, 80년대, 70년대를 거쳐 하염없이 거꾸로 흘러간다.

이내 시선이 꽂힌 곳에는 1977년 재교부된 빛바랜 이용사 면허증과 허름한 약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바리캉,

사인펜으로 직접 쓴 이용요금표가 자리하고 있다.

순간 2014년 겨울 문턱에서의 현실을 잊었다.

(사진= 최유진 기자 )
(사진= 최유진 기자)

‘효자동 이발사’.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662-19번지 성일이용원의 주인장 지면상(65)씨의 50년 이야기가 내려앉은 공간의 모습이다.

1964년 봄 이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이발소 견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이발료가 80원이던 시절 하루 일당 200원을 받으며 그렇게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당시 이발소는 보통 이발사 2~3명에 아가씨 면도사 3~4명을 직원으로 두고 있었다.

좋은 시절의 이야기다.

이제는 하루에 손님 10명을 받기도 힘들다.

(사진= 최유진 기자 )
(사진= 최유진 기자)

영화 ‘효자동 이발사’에서는 대통령이 사는 동네의 이발사를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이야기했다.

주인공이 운영하는 이발소의 간판이 ‘孝子리발관’에서 ‘효자이발관’로 바뀌는 동안 수많은 사건들은 역사를 만들어냈다.

(사진= 최유진 기자)

춘천의 효자동 이발사의 공간도 마치 영화처럼 근대사를 오롯이 품고 있다.

20년 단골손님이 의자에 앉았다.

가위가 닿는 곳마다 백발이 떨어진다.

이발사의 날렵한 가위질이 펼쳐지는 손엔 연륜만큼 주름이 가득하다.

(사진= 최유진 기자)

초겨울 냉기가 문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이용원 연탄난로 위 주전자 물이 끓는다.

아련한 추억들이 수증기를 타고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사진=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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