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줄이고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이 연기된다. 재계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업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만큼 내용이 일부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이하 지배구조 개선안)’을 10일 입법예고 종료와 동시에 금융위 안건으로 상정하려 했으나 의결시기를 오는 24일로 늦췄다.
재계와 2금융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재계와 2금융권 협회 등은 입법예고 기간에 금융위의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보완·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지배구조 개선안이 정부의 규제완화에 역행해 법적 근거 없이 금융회사 경영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 역시 주식회사는 주주가 주인이고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이 이사, 대표이사를 임면할 수 있는데 임원후보추원위원회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경영권을 무력화하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모범규준이 법적 효력이 없는 행정지도라고는 하지만 금융감독기관의 경직적 관리 방식대로라면 강한 효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결국 보이지 않는 규제, 창구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적용 대상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는 전체 465개 금융사 가운데 11개 금융지주, 18개 은행, 33개 금융투자사 및 자산운용사, 32개 보험사 등 118곳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오는 2016년에는 적용대상이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다.
이런 가운데 학계마저도 실효성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모범규준이 주주제안권에 대한 침해로 상법과 충돌하는 면이 있다”며 “상법에 따르면 사내외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총회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모범규준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의 추천을 받은 자만이 주총에서 선임될 수 있다고 규정해 결국 상법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할 점이 있는지 찾아볼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완·반대 의견들을 검토하고 수정·보완할 부분을 살펴본 뒤 오는 24일 정례회의에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