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그분’의 지붕 - 김편규 NS홈쇼핑 물류센터 차장

입력 2014-11-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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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역 척수장애인 분들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4년이 넘어간다. 인연의 시작은 내가 근무하는 NS홈쇼핑 대전물류센터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폐박스를 척수장애인단체에 기부하면서부터다. 첫 인연이 시작되니 두 번째, 세 번째 인연이 계속 이어졌다.

4년 전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직원들과 함께 척수장애인 분들의 가정을 방문, 청소를 해드린 적이 있다. 어려우신 분들이 많았지만 특히 ‘그분’의 집은 상황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날따라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분’의 집은 얼마나 허술한지 금방이라도 지붕이 빗물에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급한 대로 손을 보아드리기는 했으나 임시방편이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관심을 갖고 둘러보니 지원할 방법이 계속 눈에 띄었다. 반품 상품 가운데 사용하는 데 전혀 하자가 없으나 재판매하기 곤란한 것들을 모아 장애인과 가족분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자원 재활용,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참으로 잘한 일이었다. 분기별로 신선식품도 전달해드린다.

세상에는 수많은 히어로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육신의 장애와 고통을 용기와 끈기로 이겨낸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히어로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수많은 장애인 분들이 히어로가 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척수장애인은 전국적으로 7만4000여명에 달하고, 그중 30%는 정부나 협회의 지원 없이 극빈자로 살고 있다고 한다. 나와 우리의 작은 관심 하나가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

지난 10월 1일,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척수 장애인의 날 기념식장에 초대돼 나서게 된 나들이였다. 사장님은 회사와 직원들을 대표해 국회의장 공로상인 ‘자랑스러운 자원봉사자상’도 수상하셨다. 그날 나는 수많은 히어로들을 보았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이 불편했다. 그 집 지붕이 생각났다. 제대로 손봤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 돌아오는 길에 결심했다. 정말이지 조만간 그 집 지붕을 꼭 고쳐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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