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건강성지표, 독일 1위…한국은 16위= 독일이 ‘2014 국가별 기업건강성지표(HeBEx)’에서 1위를, 한국은 종합 16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ACSB)는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에서 아시아중소기업대회 정책포럼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HeBEx는 각 국가의 현재 기업생태계와 미래의 경쟁력을 예측하고자 마련된 지표다. 올해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의 산하 연구팀이 개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와 비회원국 중 자료 요청에 응한 46개국을 토대로 구성한 4가지 항목(창조성·시장성·생산성·기업가정신과 재투자)를 합산했다. 세계은행, OECD, 글로벌 기업가정신지수(GEDI)의 2011~2014년 자료를 토대로 한다.
특히 종합 16위를 차지한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 투입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위지만, 실제 사업화율은 하위권인 29위에 머물렀다. 이에 R&D 투자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운영과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ACSB 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한국이 R&D 패러독스에 빠져있다”며 “R&D 비용이 높음에도 원천기술이 부족해 거액을 들여 해외 기술을 수입하고 있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4가지 지표 중 시장성이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세계 7위의 수출 규모라는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 1등 제품을 만들어내는 ‘질적 성장’은 약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종합 1위를 차지한 독일은 시장성에서 1위, R&D 투입에서 6위를 차지했다. 특히 1300여개의 히든챔피언을 보유한 국가답게 글로벌화 의지도 높으며, 브랜드 가치도 높아 글로벌화가 용이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아시아 국가 간 협력으로 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자는 의지가 강하게 표출됐다. ‘아시아시대의 중소기업 정책과 국가 상호협력’을 주제로 중소기업의 발전 방안과 아시아 국가들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모색한 것.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아시아 국가 간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는 교역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토 하프사 박사는 “좋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작동할 수 없다”며 “국가간 보호주의 무역을 탈피해 하루 빨리 비관세장벽을 철폐하고 관세가 내려가야 국제무역이 활발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먼저 아시아 국가부터 강하고 민첩성있는 ‘레짐(regime; 합의가 된 명시적 혹은 묵시적인 규칙을 지닌 제도)’을 구축해 아시아지역의 역동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부의 진정성 있는 중소기업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호주 패널로 나선 바바라 메이드먼트 교수는 “정부들이 SME(중소기업)를 위한 정책을 펼치지만 사회복지프로그램 차원으로 생각한다”며 “경제에 중요한 부분임에도 정부의 어젠다 순위에서도 SME는 낮게 다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호주가 아시아로 묶여져 있지만 이웃 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장기적으로 갈 경우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이날 행사에는 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창업 문제. 글로벌 네트워크 아이디어 제시. SME의 기업가정신을 위한 정규교육의 중요성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끝으로 김 사무총장은 “ACSB가 플랫폼으로써 기업가, 투자은행, 투자자가 만날 수 있는 가교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아시아 전체가 함께 노력해서 이룰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을 마쳤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는 주경환 기획재정부 1차관,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등 정부 인사들이 참석해 중소기업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