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 들킬까봐 가방에 꼭꼭 숨기고, 날씨는 변덕스럽기만 기다렸죠.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LG전자 MC연구소 홍지영 책임연구원(41)과 정호재 선임연구원(37)이 전한 전략 스마트폰 ‘G3’ 개발 에피소드다.
프리미엄 폰으로 출시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G3는 출시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인기가 여전하다. 세계 최초로 QHD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제품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이 G3의 매력지수를 높이고 있다.
G3의 대표적인 사용자 편의기능으로는 일정, 배터리 충전상태, 메모리 사용량, 날씨 등 다양한 정보를 관리해주는 ‘스마트 알림이’가 꼽힌다. 지역, 기후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만큼 개발자 입장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기 위해 다양한 환경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G3 제품이 노출되지 않도록 꼭꼭 숨겨야 했다.
정 선임연구원은 “각각의 상황에 맞게 제대로 구동되는지 테스트가 필요해 팀원들이 서울·경기지역으로 흩어져 스마트 알림을 작동해 보고 연구소에서 다시 (데이터를) 종합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실외 테스트 시 제품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블루투스를 이용해 통화하고, 스마트폰을 가방에서 꺼내지 않고 알림을 확인하는 등 조심스러운 과정을 겪어야 했다”며 “마치 첩보영화 한 장면처럼 긴박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 선임연구원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정보와 알림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모았다”며 “도서, 온라인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문장을 수집했고,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어투에 대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개발된 스마트 알림이는 기존에 있던 ‘비서 서비스 앱’과 달리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하세요” 와 같은 감성적인 문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G3는 약 400여개의 감성 문구가 기본으로 담겨있다.
정 선임연구원은 “스마트 알림이 기능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감성적인 문구를 확인하고 싶어 날씨가 변덕스럽기만을 기다린 적도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상하·좌우 사용자의 패턴에 맞게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키보드’ 역시 개발 과정에서 ‘발품’은 물론 ‘손품’도 많이 들었다. 매일 아침 직원들이 모여 20여개의 키보드로 타자게임을 한 뒤 속도와 정확도는 물론 소리나 디자인에 대해 논의를 지속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클래식 타자기와 같은 아날로그 감성을 주자는 의견이 나와 황학동 풍물시장에서 기계식 타자기를 하나 하나 눌러보며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타자기로 입력하는 듯한 G3 스마트 키보드 애니메이션과 효과음이 탄생한 배경이다.
정 선임연구원은 “복잡하고 여러운 기술도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 G3의 매력”이라며 “사용 과정을 간소화하고, 익숙하지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불필요한 것을 없에는 것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