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최수형. 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최수형입니다. 저는 3개월간의 장정 끝에 최근 막 내린 뮤지컬 ‘카르멘’에서 가르시아를 연기했지요. 가르시아는 천방지축인 카르멘의 독주를 유일하게 가로막을 수 있는 악역이었어요. 사실 카르멘을 사랑한 가르시아는 몸싸움은 물론, 카르멘의 따귀까지 때리는 등 거친 방법으로 그녀를 소유하려고 했어요. 극 중반에 등장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이라 부담감도 있을 법했지만, 최대한 즐기면서 몰입하려고 노력했답니다. 제 외모가 선이 굵다 보니, 터프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어요. 그래서 처음 가르시아 역의 제안을 받았을 때도 고민이 됐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팬들로부터 드디어 몸에 꼭 맞는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도 결국 듣게 돼 기분 좋아요. 저는 원래 성악을 전공해 대학교 때 테너였답니다. 군대를 졸업하고 27세가 됐는데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서울 노량진 고시원에서 지내게 됐어요.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라는 부모님의 말씀과 달리, 저는 MBC 합창단에 들어갔지요. 아무래도 제 바탕이 클래식이다 보니 실용 음악을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때 뮤지컬 음악을 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됐지요. 처음엔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제 부끄러운 밑바닥을 남들에게 다 보였어요. 데뷔 초창기를 생각하면 머릿속이 새까맣게 되지만, 연습 현장에서 많이 부딪히고 시도한 게 장족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지요. 이후 전 당당히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연을 맡게 됐고, 고향인 대구로 지방공연을 가게 됐을 땐, 부모님도 무척 좋아해주셨어요. 합창단 활동을 하던 당시 저는 코러스도 많이 했어요. 그때마다 뮤지컬 무대에 선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이제 배우가 돼 무대에 서니 순간 뭉클하거나 짜릿한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아요. 관객으로부터 환호성을 받고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 때 박수를 받으면 모든 스트레스가 풀려버린답니다. 앞으로는 관객에게 최수형이라면 실력 때문에 무조건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