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치의 겨울은 뜨겁다. 소치동계올림픽 메달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올림픽 열기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메달 경쟁에는 첨단 장비의 힘이 숨겨 있다.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등 시속 120~150㎞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썰매종목은 물론 알파인스키, 스피드스케이팅 등 0.001초로 승부가 가려지는 동계 스포츠에서는 첨단 장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은 7개 종목 15개 세부종목으로 종목마다 최신 소재와 기술을 도입했다. 무엇보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가격은 동계 스포츠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가장 비싼 장비는 봅슬레이용 썰매다. 독일 BMW 등 자동차 업체들이 연구·제작한 A급 썰매는 2인승 1억2000만원, 4인승 1억80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A급 썰매는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일부 국가만이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 등 후발주자는 비교적 저렴한 B급 썰매를 탄다. B급 썰매의 가격은 1억원 안팎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원윤종(29), 서영우(23), 김동현(27·강원도청) 등 10명(남8·여2)의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에 출전한다.
봅슬레이에 버금가는 고가 썰매는 진행방향으로 엎드려 타는 스켈레톤이다. 얼핏 보면 비쌀 것 같지 않지만 2000만원 선의 ‘귀하신 몸’이다. 대부분 독일 제품으로 체중조절과 미세한 조작에 따라 썰매의 운명이 좌우되는 민감한 장비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윤성빈(20·한국체대)과 이한신(26)이 출전한다. 스켈레톤과 비슷하지만 발을 진행방향으로 누워 타는 루지는 600만원 선으로 김동현(23·용인대), 박진용(21) 등 4명(남3·여1)이 출전한다.
컬링 장비 가격도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친다. 주요 장비로는 전용 신발(18만~25만원)과 스위핑 브러시(12만~13만원)이지만, 중요한 건 컬링 스톤이다. 스코틀랜드의 크레이그섬이라는 무인도에서만 생산되는 돌을 이용해 제작하는 컬링 스톤의 가격은 세트당(16개) 2400만원이다.
비싸기로 유명한 아이스하키 장비 중에서도 골키퍼인 골리는 더 많은 장비를 갖춘다. 스케이트(75만원)는 기본, 스틱(35만원)과 헬멧(100만원), 각종 보호구(400만원) 등을 모두 합하면 6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반면 필드 플레이어의 장비 가격은 200만~250만원 선이다.
스키나 스노보드는 400만~500만원이 든다. 특수 제작되는 스키 유니폼은 약 150만원으로 경량 소재와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플레이어의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키는 150만~200만원이다.
비교적 저렴한 장비로 보이는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도 실체를 알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스케이트 부츠만 200만원 선이다. 최상의 기량 발휘와 컨디션 유지를 위해 플레이어의 발 모양을 일일이 본떠 수공으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사용하는 초경량 우주선 접합재료를 쓰며, 미국에서만 생산된다.
스케이트 날은 쇼트트랙 50만~60만원, 스피드스케이팅 100만~150만원이다. 온몸에 착 달라붙는 특수 유니폼은 한 벌에 약 150만원으로 모든 장비를 합하면 500만원이 넘는다.
초고가 장비의 격전장이 되고 있는 소치동계올림픽. 경기 내용은 물론 장비에 숨은 진실을 알면 동계 스포츠를 보는 재미도 쏠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