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추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경기에 나선다. 향후 7년간 추신수는 1억3000만 달러(약 1372억원)의 거액을 보장받으며 신시내티 레즈에서 텍사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공교롭게도 텍사스는 12년 전인 2002년 박찬호가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뜨리며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이다. 당시 박찬호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떠나 5년간 6500만 달러(약 686억원), 당시로서는 엄청난 조건으로 텍사스에 입단했다. 이제 12년의 터울을 두고 추신수가 텍사스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셈이다.
박찬호가 활약하던 당시 텍사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이하 A로드)라는 걸출한 타자가 있었다. 박찬호보다 1년 먼저 입단한 A로드는 10년 총액 2억5200만 달러(약 2659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텍사스와 계약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로드가 텍사스에 머문 3년간 텍사스는 줄곧 최하위였다. 박찬호는 2004년까지 텍사스에 남았지만 2004년에도 팀 성적은 최하위보다 한 계단 높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위였다.
거액을 들여 A로드라는 걸출한 선수를 영입했고 이듬해 역시 적지 않은 돈으로 박찬호를 데려오고도 당시 텍사스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형준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A로드에게 너무 큰 돈을 쓰면서 여유자금이 없었고 그에 따라 투수력을 보강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A로드와 라파엘 팔메이로 등이 충분히 제 몫을 했지만 선발투수들이 부진에 빠지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추신수가 가세하는 2014년 텍사스는 박찬호가 활약했던 2002년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까. 비록 A로드는 더 이상 팀에 없지만 텍사스는 여전히 남부럽지 않은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출루율이 크게 떨어졌지만 출루의 귀재 추신수와 프린스 필더가 동시에 가세해 타선의 짜임새가 강해졌다. 추신수와 필더는 통산 출루율이 0.389에 달한다. 출루에 관해서는 리그 정상급이다. 특히 김 위원은 “텍사스는 좌타 라인이 상대적으로 약해 우완투수들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하며 “추신수와 필더는 우완투수들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이는 선수들이다. 텍사스에게는 이들의 가세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2002년 당시 허약했던 투수진을 더 이상 상상할 수조차 없다. 지난해 팀 평균 자책점은 3.62로 아메리칸리그 4위였다. 2002년 5.15로 아메리칸리그 12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확연히 달라졌다.
추신수는 거액을 보장받으며 큰 기대 속에 텍사스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추신수는 미국 텍사스 현지에서의 입단식을 통해 “2~3년 내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겠다”는 당찬 자신감을 나타냈다. 동석한 론 워싱턴 감독이 “좌익수와 1번타자를 맡아주길 바란다”는 말에 “타순이나 포지션은 전혀 상관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추신수가 활약할 2014년의 텍사스는 12년 전 대 선배 박찬호가 뛰던 시절과 달리 행복한 시즌을 보낼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마련돼 있다. 이제 추신수가 받은 돈만큼의 활약을 해주는 일만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