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유럽은 제조업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국내외 유력 투자기관들의 평가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 북유럽은 지식기반 산업 발전으로 세계 제조업 지형이 변하고 있다는 것.
‘이머징마켓 시대’의 저자 앙트완 반 아그마엘은 “아웃소싱의 이점이 사라지면서 앞으로 점점 논의의 중심은 해외 공장을 다시 자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과 ‘인쇼어링(inshoring)’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국 내 견실한 산업기반을 갖추지 않는다면 외국인 투자의 이탈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개도국, 신흥국 모두에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가 보여주듯 외국인의 한국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제조업의 성장은 앞선 기술력, 꾸준한 내수 성장, 안정적 투자와 고용 등 시장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제조업의 연간 성장률은 2010년 14.7%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7.3%, 2012년 2.2%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과거 제조업 성장률은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지만 지난해에는 국내총생산 성장률(2.0%)과 엇비슷해졌다.
성장률의 하락은 노동생산성이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은행의 연구자료를 보면 국내 제조업 노동생산성 둔화는 미국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노동생산성 연평균 증가율은 1980년대 14.2%, 1990년대 14.2%를 각각 기록했지만 2000~2007년에는 7.5% 수준으로 급속히 낮아졌다. 반면, 미국의 제조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80년대 6.0%에서 1990년대 4.6%로 하락했으나 2000~2007년에는 5.1% 수준으로 상승 반전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80년대 5.3%, 1990년대 2.9%, 2000~2007년 0.8%를 각각 기록했다.
전반적 경기 둔화에 함께 국내 제조업의 연구개발(R&D)과 고정투자의 부족이 제조업 노동생산성 감소의 원인이라고 보고서는 지목했다.
이동렬 한국은행 전문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적어도 3%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상승세로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기업들이 장기적 R&D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의 자본집약도를 높여 기업의 투자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 성장이 미래 한국의 관건= 내수 성장은 한국 시장의 대내외 투자를 높일 수 있는 요소다. 국내 민간소비 성장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4.4%를 기록했지만 2011년에는 2.4%, 2012년에는 1.7%로 하락했다. 올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분기 1.5%, 2분기 1.8%, 3분기 2.1%를 각각 기록했다.
오지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급속히 진행돼 온 가계소득 비율의 하락이 민간소비 확대에 상당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속했다. 그는 가계소득 비율의 하락 원인으로는 △기업 소득의 증가 △자영업 구조조정 △취업자 수 감소를 꼽았다.
오 연구원은 “따라서 고용 확충과 경제 전반의 생산성 증대를 통한 근로소득 확대 등 장기적 관점에서의 가계소득 증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목소리도 연구기관과 다르지 않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내수 산업 회복이 우리 경제 회복의 시급한 과제”라며 “수출 낙수 효과가 과거와 달리 줄었기 때문에 미국의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이 시작되면 신흥국 침체가 오래갈 수도 있다. 결국 내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