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나 신문에서 ‘입양아 출신’이라는 코멘트로 시작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지금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세상의 편견에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요.”
20년간 버려진 아이들을 맡아 키워 온 임혜경(54·여)씨가 2일 홀트아동복지회로부터 위탁모 장기근속상을 수상했다.
임씨는 현재 19개월 된 진수(가명)와 8개월 된 민지(가명)를 키우고 있다. 장성한 자녀들이 결혼과 직장생활 등으로 집을 떠난 이후 임씨 부부는 가엾은 아이들을 돌보기로 결정, 입양이 결정되지 않은 아이들의 거처가 마련될 때까지 맡아 키우고 있다.
부부의 집 거실 한쪽에는 놀이 텐트와 형형색색의 장난감들이 있다. 선반과 벽 모서리에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 스펀지가 붙어 있고 TV에서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흘러 나온다.
품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민지를 바라보던 임씨는 “힘들지만 한창 예쁠 때”라고 말한다. 호기심이 왕성한 진수에게는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 내 새끼”라며 웃는다.
1993년 4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위탁모 활동을 시작한 임씨가 돌본 아이는 65명에 달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동현(가명)이다. 2008년 임씨 곁으로 온 동현이는 수술 중 의료 사고로 방광을 잃어 하루에도 3~4차례씩 호스를 이용해 소변을 빼 줘야 했다. 아이를 다른 위탁모에 맡기고 딸 결혼식에 갔다가 아이가 눈에 밟혀 식만 치르고 달려왔다.
임씨는 “부모가 자식을 선택할 순 없잖아요. 주는 대로 정성껏 길러야지. 아이 목숨이 온전히 나한테 달렸는데… 혹시 감염되지나 않을까 어찌나 떨리던지…”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여전히 아이와의 이별은 힘들다. 임씨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을 원하는 양부모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나마 ‘새끼’를 데려간 양부모들이 보내주는 사진이 큰 위로가 된다.
임씨는 “사회에서 ‘입양아’라는 편견을 갖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혹시라도 아이들이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해 잘못된 길로 갈까 봐 항상 걱정된다”고 말했다.